백화점은 고객에게 최고의 쇼핑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 그중에서 연간 2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쓰는 VIP 고객들은 대리주차, 무료주차 혜택 등 ‘남다른’ 대접을 받는다. 불황 속에서도 이런 백화점 VIP 고객 숫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20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발렛 라운지’에서 직원이 이 백화점 VIP고객의 차를 대신 주차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불황에도 백화점 VIP 고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불황에도 VIP 고객은 10%↑

20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따르면 올해 VIP 숫자는 전년보다 10% 늘었다. 모두 부산의 대표 백화점으로 가장 많은 명품 매장을 들인 만큼 VIP도 가장 많다. 현대백화점 부산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VIP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 침체에도 백화점 ‘큰손’의 소비력도 건재하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전체 고객의 3%에 불과한 VIP가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롯데백화점에선 VIP 매출 비중이 2015년 22.0%, 2016년 22.8%, 2017년 24.0%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현대백화점의 VIP 매출 비중도 20%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불황이라고 해도 저소득자의 수입만 줄었을 뿐 고소득자의 수익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이 올해 발간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보면 고소득자들이 지난해보다 월평균 35만 원 더 벌 때, 저소득자의 소득은 7만 원이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자들은 부채 증가세도 고소득자보다 커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졌다.

■카드 돌려 써가며 VIP 대접

유통업계에서는 눈치 빠른 소비자들이 최근 백화점 VIP 서비스를 받기 위해 카드를 중복해서 발급받거나 돌려쓰는 방법으로 ‘그들만의 리그’에 들기도 한다. 김민영(여·31·부산 연제구) 씨는 “혼수를 장만하면서 처음 백화점 VIP로 대접받아 봤다. 그 경험을 잊을 수 없어서 어떻게 해서든 VIP를 유지하려 한다”며 “시댁과 친정이 백화점에서 같은 카드를 사용하면 1년에 2000만 원 정도 쓰는 일이 아주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전체 매출을 책임지는 ‘특별한 고객에게 더욱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최대 10% 상시 할인혜택과 대리주차, 무료주차 혜택, 기념일 선물은 물론 백화점별로 차별화된 VIP 라운지를 마련해 쇼핑 후 휴식을 취하고 간단한 다과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건 기본이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 호텔, 공항, 공연 등을 대신 예약해주는 일대일 맞춤 서비스도 제공한다. 월 1회씩 문화 이벤트도 열고, 호텔 영화 골프 등 문화체험·여행 등에 쓸 수 있는 포인트도 따로 적립해준다.

그렇지만 백화점별로 최상위 등급 VIP 고객 숫자는 정체되거나 주는 추세로 나타나 ‘그들만의 리그’에서도 불황의 그늘을 엿볼 수 있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던 최상위등급 VIP 고객이 소폭 감소하기 시작해 비상이 걸렸다”며 “그럼에도 일반 고객 매출이 워낙 줄어 구매력이 높은 최상류층을 중심으로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