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내 입주량 1만3527세대

- 매매·이사 대혼란 불가피

- “市,대정부 규제해제 설득을”

정부의 9·13부동산대책으로 부산지역 부동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대책의 주요 규제 대상에 청약 조정대상지역까지 포함되면서, 해운대구 등 7개 구·군이 청약 조정대상지역인 부산의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8·2대책 이후 급격한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주요 규제 대상이 되면서,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부산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13부동산대책에 가장 민감한 곳은 부산의 청약 조정대상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을 앞둔 건설사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1주택자가 청약 조정대상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은행 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자의 대출을 막은 것이다. 부산 남구에 거주 중인 김모(42) 씨는 “실거주가 목적일 경우 기존 주택을 2년 이내에 팔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청약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집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문화재 출토로 분양이 한 차례 연기된 동래구 온천2구역은 3800여 세대로 대규모인 데다 9·13부동산대책으로 지역 부동산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청약 조정대상지역에서의 이번 분양 성적이 향후 지역 부동산 시장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사업의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관계자는 16일 “아직 내부적으로 정부 대책에 따른 대응책은 마련하지 않았다”면서도 “1주택자 대출 규제가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분양 성적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청약 조정대상지역인 부산진구 개금동에 분양을 준비 중인 지역 건설사 I사의 관계자도 “이번 대책이 실수요자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거래의 원천인 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점은 부정적 요소다”고 설명했다.

입주를 앞둔 곳도 미입주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오는 12월까지 부산에 남은 입주물량은 1만3527세대에 이른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겹쳐 입주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는 9·13대책은 분양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잃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별도로 서울을 중심으로 지정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와 함께 청약 조정대상지역까지 규제의 대상이 된 것을 두고 부산시의 역할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 시장 상황을 중앙 정부에 전달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데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청약 조정대상지역에서 부산을 제외해야 하는데 시가 뒤늦게 정부에 해제를 건의하는 등 한 박자 늦은 행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