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조선·상사·바이오 분야
- 북한과 협업 시나리오 가능성
- 유엔제재·국내 재판 변수될듯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8일 삼성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면서, 국내 재계의 ‘맏형’ 격인 삼성이 앞으로 대북 투자 및 남북 경제협력(경협)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본격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위상과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민간 차원의 경제 교류가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17명의 기업인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총수는 단연 이 부회장이다. 삼성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총수인 데다, 이번 방북 때 대북 투자 등의 밑그림이 그려질 경우 향후 남북 경협에 미칠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에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양에 갔다.

과거 삼성의 대북 투자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에서 생산한 브라운관 TV와 전화기, 라디오 등의 부품을 평양에서 위탁가공 생산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천안함 사태 등이 발생해 남북 관계가 악화되자 2010년 북한에서 철수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이번 첫 방북은 8년 전 중단된 삼성 대북 사업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북한의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와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과거처럼 가전제품을 위탁가공 생산하는 것 외에는 당장 새로운 협력모델이 나오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삼성그룹 계열사 전체로 보면, 건설·조선·상사·바이오·광고 등 검토해볼 만한 대북사업 시나리오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이 재계 대표단과 함께 이날 북한 리용남 경제부총리와 만나 회동을 한 것도 경협 추진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다만 국제사회 제재로 북한에 대한 투자가 사실상 막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이 이른 시일 내 대북사업의 윤곽을 그리거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의 형사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은 삼성의 대북 사업과 관련해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이 방북단에 포함된 것을 놓고 특혜 논란이 제기된 만큼 삼성이 대북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