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권 배제·금융위 출신 주축
- ATS·제3금융중심지 등 현안
- 지역목소리 축소·도전 직면할 듯

한국거래소(KRX) 8명의 전체 사외이사진 가운데 절반인 4명의 인선을 두고, 대체거래소(ATS) 설립 추진과 ‘제3의 금융중심지 지정’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부산이 불리한 형국이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3의 금융중심지 지정을 희망하는 전북(전주) 지역 전직 국회의원, 대학 교수와 ATS 설립의 영향력을 가진 금융위원회 출신 교수가 사외이사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반면 부산 출신 인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1명 뿐이다.
KRX는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전체 사외이사 8명 중 지난 7월 임기가 만료된 3명과 임기를 2년 앞두고 중도 퇴진하는 1명 등 총 4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한다. KRX가 최근 주주들과 자사 노동조합에 전달한 주총 관련 내용을 보면, 4명의 사외이사 후보자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임종인(62) 변호사 ▷한상국(63) 전북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금융위 출신의 정순섭(54)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술보증기금 상임이사 등을 역임한 유병천(65) 전 화승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정해졌다.

이 중 부산 출신 인사는 부산상고와 경성대를 졸업한 유 후보자 한 명뿐이다. 이마저도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 퇴진하는 부산 출신 박중문 현 사외이사(전 부산시 인재개발원장)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임기 만료로 새롭게 바뀌는 3명의 사외이사 자리를 비(非) 부산권 인사가 모두 꿰차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들 3명의 이력이다. 정 후보자가 금융위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부산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ATS 설립 문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입김’이 세지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더욱이 KRX의 기존 사외이사 중에는 전병조 KB증권 대표이사도 포함돼 있다. KB증권은 금융투자협회·금융위와 함께 ATS 설립을 추진 중인 수도권 대형 증권사 중 한 곳이다.

전북 출신인 임 후보자 내정과 관련해서는 ‘전주 금융중심지 지정’ 추진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해당 금융중심지의 핵심 개발 대상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전북 전주 소재)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KRX의 거래 플랫폼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기금운용본부는 ‘부산의 KRX’처럼 해당 지역의 금융 분야와 관련해 절대적인 위상과 기능을 갖추고 있다. KRX 노조 관계자는 “거래소 사외이사진이 ‘서울-부산-전북’ 3각 구도로 재편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KRX의 부산 출신 사외이사가 매번 극소수에 머무는 것은 KRX 산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셀프 추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위원회는 총 9명의 위원 중 절반 이상인 5명이 기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수도권 중심의 사외이사들이 ‘깜깜이 검증’을 하다보니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할 부산 출신 인사가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