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재부 “타당성·필요성 취지
- 국회 논의·사회적 대화로 결정”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노사 간 이견이 커 논의 과정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최저임금에 관한 견해가 엇갈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지난 2일 열린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김 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현실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정책에 동의하지만 속도 조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한 업종별 차등화는 부결됐지만 지역별 차별화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가 제기돼왔고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법안도 다수 국회에 계류돼 있어 기재부에서 내부적으로 타당성, 필요성 및 실현 가능성 등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국회와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8월 소상공인은 5인 미만 사업장 등 규모·업종별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차등화를 요구했는데 당시 정부는 직종 차별 우려가 있다며 정책 도입을 반대한 바 있다.

김 부총리는 고용절벽 심화가 지표로 드러나기 시작했던 지난 5월에 종전 발언을 뒤집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줬다”고 발언하며 속도조절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이후 고용지표가 꾸준히 악화돼 지난 7월과 8월에는 취업자 증가 폭이 1만 명을 하회하면서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당·정·청 모두 실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제 시행 첫해인 1988년 최저임금을 2개 업종 그룹으로 구분해 적용한 이후로는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시행한 적이 없다. 하지만 경영계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16.4%나 인상하자 업종과 지역에 따라 사업장의 임금 지급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과 지역에 따라 사업장의 임금 지급 능력에 차이가 있는 만큼 최저임금 적용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것은 노동자 최저 생활을 보호하는 최저임금제도의 기본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연세대 성태윤(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차등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성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시키면 시장 기능이 어지러워지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강제로 올리는 건 시장 기능을 무시한 것”이라며 “인구밀집도에 따라 생산성이 다른 농어촌지역과 대도시 사업장의 최저임금이 같은 상황은 본래 의미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최저임금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나 준비 없이 현 상황만 해결하고자 차등화 적용을 말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