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를 현금이 아닌 카드로 낸 금액이 8년 만에 100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규모가 늘수록 국민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 부담도 증가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수수료 면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세청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를 카드로 낸 건수와 금액은 281만8000건에 20조9765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드납부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9년(26만8000건, 2246억 원)과 비교하면 건수로는 10.5배, 금액으로는 93배나 늘어난 수치다.

국세 카드납부가 늘어난 이유로는 내기 쉽다는 점과 일시적이더라도 현금 흐름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이 부족한 납세자가 신용카드로 납부를 하면 대금을 결제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수수료가 문제다. 국세를 카드로 내면 ‘신용카드 국세납부 대행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 부담이 적지 않다. 박 의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체크카드 수수료율 0.7%(지난해 기준)만 적용해도 작년 국세 납세자들이 부담한 카드 수수료는 1468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특히 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자동차세나 취·등록세 등 지방세는 수수료가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는 국고금관리법에 따라 카드사가 수납하고 바로 국고에 납입해야 한다. 반면 자동차세나 취·등록세는 카드사가 최장 40일간 운용하고서 지방세금고에 내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을 없앨 수 있다.

국세청은 수수료 면제 혜택이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에 몰릴 가능성이 크고 국세는 세목이나 시기에 따라 금액이 최대 수 십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카드사가 돈을 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국고금관리법 국세 규정은 공무원이 유용하지 못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라며 “카드사는 애초 대기업에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영세 자영업자만 수수료를 부담하는 역차별이 있어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