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에 매설되는 원전의 필수 냉각수 배관 터널 되메우기 자재로 지반침하에 취약한 모래와 자갈이 쓰이고 있어 전수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을 비롯한 영남지역은 연약지반이 많은 해안가에 원전이 자리잡고 있어 지속적인 침하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수력원자력 국정감사에서 해안가를 지나는 필수 냉각수 배관 터널 되메우기 공사에 모래와 자갈 등을 사용하게 되면 충분히 다짐작업을 할 수 없어 공동현상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지반침하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15년 6월 A원전 건설소는 기기냉각수배관 터널 시공 과정에서 기존 작업절차서에서 터널 상부는 콘크리트 타설, 하부는 모래와 자갈로 되메우기를 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실제 해상과 육상이 인접한 구간 작업을 담당하던 해상공사팀이 침하우려 문제를 지적해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한수원은 이후 조사에서 이 같은 작업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고 내진 등 안전점검 결과 이상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해당 건설소 절차서를 개정했다.

박 의원은 “육상쪽을 담당하는 토목팀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으로 합리적이고 올바르게 지적했다”면서 “하지만 다른 건설현장에 상황을 공유하지 않아 현재 공사중인 곳은 여전히 냉각수 배관 매설 자재로 모래와 자갈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 큰 문제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는 현황파악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시설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부산, 울산 각각 13곳에서 지반침하가 발생했다. 각 본부들은 자재 사용현황 자료요구에 B본부는 발전소 전역에 모래, 자갈을 포설해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고 C본부는 턴키방식으로 매설해 현황 파악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박 의원에게 보냈다.

박 의원은 “해안과 육상이 만나는 구간이 길지 않고 다른 원전은 안전성 검토를 받은 기존 절차서에 따라 배관 되메우기 공사를 했겠지만 작은 사고도 조심해야 할 원전은 A건설소에서 발견한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고 다른 건설소와 공유해야 한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원전의 안전은 과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