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협 편가르기·알력싸움 만연
- “부산시·해수부가 조율 나서야”

부산공동어시장을 이끌어나갈 신임 대표이사 선출이 지난 8월과 이달 11일에 이어 또 무산됐다. 시민단체와 지역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5개 수협(대형선망·대형기선저인망·서남구기선저인망·부산시·경남정치망)이 수산업계 위기에도 각자의 이익만 고수해 4표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를 내지 못해 파행을 겪게 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출자 5개 수협 조합장들은 29일 임시총회를 열어 대표이사 추천위원회가 1순위 최종 후보로 선정한 박병염 부산수산물공판장 중도매인협회장에 대한 대표이사 선임 찬반 투표를 했다. 투표 결과 1순위 후보였던 박 협회장은 5개 수협 조합장들로부터 4표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했다.

공동어시장 정관상 출석회원(5개 수협 조합장)의 3분의 2 이상, 즉 4표 이상을 확보해야 후보가 당선된다.

2순위 후보였던 박세형 전 전국수산물중도매인협회장 중도매인협회장과 박극제 전 서구청장도 4표 이상을 얻지 못했다. 3명 후보 모두 3표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22일과 10월 11일 열렸던 대표이사 선출을 위한 총회에서도 박세형 전 협회장과 박병염 협회장이 최종·예비 후보로 올라가 모두 유효 득표를 획득하지 못해 선출이 무산된 바 있다. 정관에 따라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선거는 후보 모집 절차부터 다시 시작한다. 대표이사 추천위원회가 다시 1·2순위 후보를 선출하면 오는 12월 12일 다시 임시총회를 열어 새 대표이사 선출 투표를 한다.

지역 수산업계는 공동어시장 대표이사 선출이 세 번째 무산된데 대해 5개 수협 조합장들의 알력이 빚은 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동어시장은 과거 5개 수협 조합장과 공동어시장 대표 등 6명이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대표가 입후보하면 조합장들만 투표하는 이른바 ‘오륙도 선거’로 사장을 선출하다 지난해 4월 공동어시장이 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전환되면서 현 제도가 확립됐다. 하지만 대표 선출 제도의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았고 오륙도 선거와 마찬가지로 조합장들의 편 가르기와 알력이 만연하다. 지역 사회에서는 수산업계가 수산자원 고갈과 경영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 수협이 각자의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다투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등 시민단체와 지역 수산업계는 후보 추천부터 투표권까지 5개 수협 조합에만 집중된 현 선거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하게 제기해왔다.

일각에서는 공동어시장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해양수산부와 부산시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공동어시장 운영 등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것은 맞지만 대표 선출까지 개입한다면 외부 선거 개입 등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계속된 선출 파행으로 시민들이 수산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조만간 부산을 방문해 수협 조합장들을 모아 쟁점과 의견 등을 듣고 이를 조율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