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대주주여서 ‘주인 없는 기업’인 KT의 전문경영인 재임 기간이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사실상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를 주로 하는 CEO스코어에 따르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30대 그룹 계열사 265곳을 대상으로 2008년 이후 약 10년간 퇴임한 대표이사(오너 제외한 전문경영인) 743명의 재임 기간을 전수 조사한 결과 대표이사의 평균 재임 기간은 3.3년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KT의 대표이사 재임기간이 사실상 가장 짧은 평균 2.1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지난 10여년간 39명이 평균 2.1년 재임했고 포스코와 CJ가 각각 2.2년으로 그 뒤를 이었다. 평균적으로 취임 약 2년 후에 자리에서 물러나며 등기임원 임기(3년)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민영화한 지 이미 10년 이상 지났음에도 이른바 ‘정치 외풍’도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KT의 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10% 안팎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KT는 사실상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CEO스코어는 “민영화한 KT와 포스코는 정치적 외풍으로 인해 계열사 대표이사 평균 수명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민간 그룹인 CJ의 대표이사들이 빨리 물러나는 것은 이채롭다”고 밝혔다.

단 전문경영인의 재임기간이 가장 짧았던 곳은 교보생명그룹으로 1.2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계열사인 교보증권의 전 대표이사가 2007년 1년여 만에 물러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대표이사직을 물려받은 김해준 대표가 10년 이상 재임하고 있기 때문에 ‘착시’가 있는 셈이다.

반면 대표이사 재직 기간이 가장 긴 곳은 한국투자금융으로, 지난 10년간 퇴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1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014년과 2016년에 각각 계열 편입된 한국투자캐피탈과 드림라인의 오우택 대표와 김창호 대표도 재직하고 있다.

OCI(5.9년)와 금호아시아나(5.1년), KCC(5.0년)는 계열사 대표이사 평균 재임 기간이 5년 이상이었다. LG(4.9년)와 대우조선해양(4.6년), 롯데(4.5년), 영풍(4.1년), 현대백화점(4.0년) 등도 4년 이상으로 비교적 길었다. 재계 1위인 삼성은 같은 기간 총 81명의 계열사 CEO가 퇴임했는데, 이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3.9년이다.

가장 오랜 기간 재임했던 대표이사는 이인원 전 롯데쇼핑 부회장으로, 무려 19년에 달해 ‘직업이 CEO’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윤우 전 삼성전자 부회장(17.0년)과 이상운 효성 부회장(15.1년)도 15년을 넘긴 ‘장수 CEO’였다.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초단명 CEO’도 106명으로, 전체 조사 대상의 14.3%에 달했다. 중대한 엔진결함을 숨기고 비행을 강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은 뒤 지난 6월 취임 40여일 만에 물러난 권혁민 진에어 전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