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지던스 많아야 수익 나”
- 주거지로 편법 개발 우려

부산 북항 재개발구역 노른자위 땅인 상업·업무지구의 마지막 남은 2개 블록의 주인이 정해졌다. 새 땅 주인들은 70층 이상 초고층 복합건물 건설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 핵심 지역의 미래 모습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항만공사(BPA)는 부산항 북항 재개발구역 상업·업무지구 2개 블록(D-2블록 1만6195㎡, D-3블록 1만3241㎡)에 대한 토지매수자 선정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평가한 결과, 동원개발 컨소시엄과 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각각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동원개발 컨소시엄은 D-2블록에 8400억 원을 들여 지상 74층 규모 복합건물을 짓고 관광·숙박, 오피스, 테마형 복합쇼핑몰을 갖춘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원개발은 KB증권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D-3블록의 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은 총사업비 6500억 원으로 지상 72층 규모 건물을 짓기로 했다. 여행 체험 쇼핑 휴식이 망라된 원스톱 관광 기능의 도입은 물론, 해양수도 부산에 걸맞은 해양 비즈니스 거점 특화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3개 블록으로 구성된 상업지구 가운데 D-1블록은 현재 ㈜협성종합건업이 ‘협성마리나 G7’을 짓고 있다. 나머지 2개 블록은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 유찰된 바 있지만, 이번 입찰에서 D-2블록은 3 대 1, D-3블록은 8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낙찰 가격도 D-2블록은 예상가(819억 원)보다 500억 원가량 높은 1321억 원을 기록했다. 3면에 도로를 낀 D-3블록 역시 예상가(700억 원)를 크게 웃도는 832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건설업 불황 등을 염려했던 BPA 입장에서는 뜻밖의 ‘대박’을 친 셈이다.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북항 재개발지의 미래 발전 가능성에 건설사들이 통 큰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실제로 어떤 용도의 건물이 들어설 것인가이다. 규정상으론 ‘동북아 해양관광 명소 조성에 기여할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호텔, 오피스텔, 핵심 상업시설 등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시설이거나 해양관광시설이 갖춰진 호텔 등이 가능하다. 낙찰 컨소시엄들은 해양·관광 복합 시설 건립 방침만을 밝히고 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편법 주거지 전락을 우려하고 있다. D-2와 D-3 블록 땅값이 3.3㎡당 각 3000만 원과 2000만 원을 웃돌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성을 위해 주거 용도인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의 비중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해양대 오광석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는 “상업지구에 주거기능을 갖춘 공간이 일부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주거시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부산시가 북항 일대 주거 수요에 대해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심의도 엄격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정 김영록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