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BPA 전담 조직조차 없어

부산항의 생산성을 위해 노동자들의 안전이 외면당하고 있다. 사고가 날 때마다 부산해양수산청과 부산항만공사, 부산항운노조가 함께 노사정 안전공동체 협의회를 만들었지만 일회성에 그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항운노조는 올해 들어 부산항에서만 소속 노동자 3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고 22일 밝혔다. 터미널 운영사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4명에 이른다. 지난 20일에는 부산 북항 자성대부두에 접안한 배에서 크레인으로 하역하던 6ｍ짜리 컨테이너 2개가 갑자기 바닥으로 추락해 크레인 아래에 있던 노동자 1명이 깔려 숨졌다.

항운노조 소속인 이 노동자는 크레인이 트레일러에 실어주는 컨테이너를 차체에 고정하는 장치(콘)를 묶고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사고를 낸 크레인은 1997년에 설치돼 20년 넘게 가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노동청은 같은 시기에 설치한 다른 크레인 2기의 가동을 중지시켰다. 부산항 9개 컨테이너 부두 가운데 신항 2부두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번에 사고가 난 자성대부두처럼 크레인 아래에서 콘을 묶고 푸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사고가 언제든지 재발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생산성을 앞세우다 보니 노동자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해양수산부와 항만운영 주체인 부산항만공사는 부두 안전관리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2014년에 항만안전기획팀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가 없앴고 항만안전 사고 통계도 내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항만안전 담당부서가 없다. 항운노조 측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면적인 안전점검을 하고 정부와 노사가 참여하는 상설기구를 통해 위험 요인을 개선하는 등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많이 났던 2014년에도 노사정 안전공동체협의회를 만들었지만 일회성 모임에 불과하다”며 “상설기구를 통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