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질 위험까지 있어 지하 매설
- 단점 대폭 보완 ‘오픈셀’ 기술
- 공정 단순해 기계 부피도 줄여
- 해수담수화로 사업확장 추진

내년부터 정수장 인근 주민에게 기초자치단체가 정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고지해야 한다. 정수 처리 과정에서 염소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염소 가스는 수분과 결합하면 염산으로 변한다. 피부와 점막에 화상을 입힐 수 있어 위험한 물질로 분류된다.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소재 하이클로 사무실에서 김현택(오른쪽) 대표가 정수장에 적용되는 무격막식 차아염소산나트륨 발생기를 소개하고 있다. 폭발의 원천인 염소 자체가 생성되지 않는 데다, 간편하게 설치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꼽힌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정수 처리 과정은 이른바 ‘락스’로 불리는 차염을 활용한다. ㈜하이클로는 정수 과정에서 염소 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 국내 정수장에 도입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수처리 기술로 경기 평택 소재 본사를 아예 부산으로 옮겨 동남권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포항 지진 등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부산에서 추진하는 해수클러스터 사업과도 연계가 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염소는 바닷물에도 존재하므로, 조선기자재와 발전소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수처리 기술, 세계 ‘최고’

	하이클로 김현택 대표가 영업부서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정수장에 도입되는 차염 기술은 보통 격막식으로 표현된다. 140년 전에 개발된 기술이다. 소금물에서 염소를 분리해 염소가스를 배출하는 공정이다. 여기에 가성소다를 혼합해 차염을 생산한다. 제조공정에서 염소가스는 물론, 빈혈을 유발하는 물질(클로레이트)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전기분해와 가성소다 투입 등 공정이 많아 기계의 부피가 매우 크다. 폭발 위험도 있어 대부분의 정수장에는 지하에 매설된다.

하이클로는 기존 기술의 단점을 대폭 보완했다. 무격막식 기술을 적용한 ‘오픈셀’이라고 불리는 기술로, 하이클로는 2013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진동관에서 소금물을 전기분해할 때 수소가스와 진동이 발생한다. 폭발 가능성이 높다. 하이클로는 아예 진동관 상부에 공기 유동로를 확보해 공기를 불어넣고, 전기분해 과정에서 생성된 열과 수소가스, 차염을 진동관 외부에 즉시 배출하는 구조를 만들어 국제 특허를 취득했다. 각종 화학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며 만들어지는 빈혈 유발 물질의 발생 농도도 기존 기술보다 매우 낮다.

이 공정에서는 염소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화학물질관리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정수장이 ‘안전한’ 공간이 되는 셈이다.

공정 자체가 매우 단순화돼 하루 20만ｔ 규모의 정수 처리에 필요한 기계는 가로세로 각각 2.8ｍ 크기면 충분하다. 무인 운영이 가능하며, 피폭을 위해 지하 공간을 만들 필요가 없다. 하지만 효율은 기존 기술을 뛰어넘는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서 기존 차염기술과 비교한 성능검증을 수행한 결과 유효염소농도는 더 높았고, 전기소비량과 소금사용량은 더 낮았다. 클로레이트 함량 역시 훨씬 낮은 농도를 나타냈다.

현재 하이클로는 국내 유일 조달우수기업으로 선정돼 국내 정수장과 학교를 중심으로 이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하이클로 김현택(58) 대표는 “오픈셀 방식을 도입한 업체는 전 세계에서 하이클로가 유일하다”며 “우리 제품을 넣은 정수장은 주민에게 위험 고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사업 다각화 가능성 열어

소금물에서 염소를 분리하는 기술력이므로,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기술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부피를 줄이고 효율을 끌어올린 기술력은 사업 다각화의 길을 텄다. 내년 의무화되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에도 진출할 수 있다. 선박에 들어가는 바닷물의 미생물을 제거하는 게 핵심인데, 하이클로는 자체 기술을 통해 해수를 담수로 전환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사업 확대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부산지역 조선기자재업체에도 관련 기술을 조언하고 있다. 이외에도 바닷물을 냉각수로 활용한 뒤 배출하는 발전소에도 이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수출도 이뤄지고 있다. 브라질에 7억 원 규모의 수출을 진행한 데 이어, 현재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미국 등과 접촉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하이클로는 지난 8월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화학물질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매출은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매출 80억 원에서 올해 1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해수클러스터 등 부산시가 추진하는 정책과 기업 환경 때문에 이전을 결정했다”며 “앞으로 부산에 2000평 규모의 공장을 건립하고 직원을 채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