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난방공사 황창화(오른쪽) 사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열수송관 긴급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설치된 지 20년이 넘은 전국의 열수송관 686㎞ 구간 중 이상 징후가 있는 지점이 20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황창화 사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 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열수송관 긴급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백석역에서 발생한 열수송관 누수 참사를 계기로 국민적 불안이 커지자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 5일부터 12일 새벽까지 진행됐다.

전국의 온수배관 2164㎞ 가운데 20년 이상된 686㎞(32%) 구간을 조사한 결과 주변 지역과 3℃ 이상 지열 차이가 나는 지점은 총 203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10℃ 이상인 곳도 16곳이나 됐다. 지열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 사장은 “인근 주민의 불안감이 커질 우려가 있어 특정 지역명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상 징후가 발견된 노후관은 주로 경기 일산과 성남 분당 등 1기 신도시에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점검에서는 경기 고양시 백석역 사고 당시처럼 ‘열수송관 구간 연결부 용접부위’와 동일한 공법으로 시공된 열수송관이 44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 사장은 “이들 443곳에 대해서는 이미 굴착에 들어갔다”며 “동절기 내에 전량을 보수하거나 교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역난방공사는 내년 1월 말까지 종합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하 매설물 관련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1998년 이전에 설치된 열수송관의 보수 및 교체대상 선정 기준을 마련한다. 또 열수송관 유지보수 예산을 연 200억 원에서 1000억 원 수준으로 늘린다.

황 사장은 “열수송관 관로 점검과 감시 시스템 점검을 맡은 외주 인력 112명을 올해 안에 자회사로 전환하겠다”며 “지자체가 운영하는 CCTV를 활용해 열수송관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백석역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관행에 안주하고 무사안일한 업무 처리에 젖어 있던 임직원의 의식 전반을 환골탈태의 각오로 혁신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백석역 열수송관 사고로 인한 사상자 수는 사망 1명, 부상자 55명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