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0대 항 연구개발 각축전
- 2025년이면 도입 가능한데
- 부산 계획조차 없어 도태 우려
- 부가가치는 싱가포르의 1/4

- 전문인력 없이 고령화도 문제
- 정부, 종합 로드맵 만들어야

세계 10대 항만이 스마트항만 개발을 위해 속도전을 펼치고 있지만, 부산항은 구체적 개발 및 도입 계획이 부족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 서비스가 낮은 물동량 위주의 항만운영 정책으로는 스마트항만이 도입돼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13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동명대와 부산항만공사 등이 주최한 ‘부산항 미래전략 정책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해양수산부, 부산시, 부산항만공사, 동명대가 공동으로 13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연 ‘부산항 미래전략 정책세미나’에서 동명대 국제물류학과 우종균 교수는 ‘부산항의 현황과 고부가가치 스마트항만 전략’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스마트항만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접목한 혁신을 통해 운영비 절감, 수익 증대, 환경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항만이다.

우 교수는 스마트항만의 성공 요인으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가지고 국제표준을 활용하고 운용 ▷다른 항만·선사와 국제적인 네트워킹 ▷국제적인 보안시스템·로지스틱스 4.0(물류의 디지털화)의 활용 ▷항만의 비즈니스·서비스 산업 ▷전문인력을 꼽았다. 이런 성공 요인을 기준으로 봤을 때 부산항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물류산업이 물동량 중심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기술 중심으로 바뀌는 데 부산항의 부가가치가 싱가포르나 독일 함부르크의 1/4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우 교수는 “부산항의 경우 터미널운영사, 배후단지 내 창고업체 외에는 대부분 30인 이하 영세한 기업이라 항만기술 R&D(연구·개발) 투자 자체가 적다”며 “생태계도 터미널에 부속되는 갑을 관계다 보니 항만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스마트항만 기술을 개발해 운용해도 부가가치를 창출한 만한 수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가 종합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항의 항만자동화를 스마트항만 구축과 동일한 의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항만 구축을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없다. 하지만 로테르담, 함부르크, 싱가포르, 일본 등 부산의 경쟁항만들은 오는 2020년이면 스마트항만 기본 계획을 끝낼 예정이고 2025년이면 바로 도입이 가능한 실정이다.

우 교수는 우리나라만의 스마트항만은 의미가 없는 만큼 국제표준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육성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항만서비스·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항만을 운용하고 일할 미래형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방안도 시급하다. 우 교수는 “부산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이 60대로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고 있다”며 “대학생부터 스마트항만 기술과 운용 능력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수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4차 산업을 접목할 때 해운항만물류에 어떤 문제점이 생길지, 어떤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지 않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