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에도 안정적 성장세 전망
- 미중 분쟁 악화되면 타격 우려

주요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이 양호해 금융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중국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될 경우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16일 해외경제포커스에 게재한 ‘주요 아시아 신흥국의 실물경제 및 대외건전성 점검’ 보고서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이 예상 경로를 벗어나지 않으면 아시아 신흥국에서 금융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미 연준의 금리인상 등으로 아르헨티나, 터키 등 일부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인도와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은 이들 국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아시아 신흥국은 최근 2~3년간 5~6%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내년에도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역시 최근 2~3년간 10%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인 취약 신흥국과 달리 물가목표 범위 수준에서 안정된 오름세를 보였다. 재정 적자는 지속되고 있으나 외화표시부채 비중이 작고, 재정지출 중 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취약신흥국과 대비된다.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경상수지 상황은 주요 아시아 신흥국 중 절반이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적자국인 아시아 신흥국들도 적자 규모가 취약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명목 GDP 대비 적자 비중은 인도(-1.9%), 인도네시아(-1.7%), 필리핀(-0.8%) 수준으로 아르헨티나(-4.8%), 터키(-5.5%)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대외부채는 높은 수준이지만 상환 능력도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말레이시아를 빼고는 40% 이내로 아르헨티나에 비해 4배 정도 높다. 한은은 “아시아 신흥국 실물경제와 대외건전성은 양호한 상황이고 미 금리인상 기대는 어느 정도 반영돼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시아 신흥국의 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은은 “미중 무역 분쟁의 불확실성 속에 중국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대외여건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수출 비중은 말레이시아(14.3%), 인도네시아(13.7%), 태국(12.4%), 필리핀(11.1%) 등의 순으로 크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