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 엄수 어렵고 사고 우려 커
- 비용 부담에 추가고용도 못해
- 협업 특수성 고려한 대책 필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다음 달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작된 관련 제도의 처벌 유예 기간은 오는 31일 끝날 예정이다. 지역 건설업계는 잦은 정부 규제 등으로 안 그래도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악재가 겹쳤다는 견해를 밝혔다. 건설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지역에 자리한 300인 이상 직원을 고용하는 전문건설업체 15곳이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대부분 야외에서 작업하고 여러 업체가 협업하는 건설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정해진 공사 기간을 맞추기 힘들어질뿐더러 시간에 쫓겨 업무 강도를 높이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지역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있었지만, 기간이 짧아 대책을 마련할 수 없었다. 최근 하루 인건비가 8만~9만 원에서 18만~19만 원으로 올라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기도 힘들다.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은 나름 전문성이 필요해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뿐만 아니라 고용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건설 현장은 특성상 직원들이 집에서 출퇴근하지 않고 대부분 현장에 합숙하며 일한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단체로 합숙하며 현장에 출퇴근한다. 이 때문에 휴일 등에 특근이나 연장근무를 원하는 이가 많다.

종합건설업계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부산지역에는 상시 고용 인원이 300인 이상인 종합건설업체가 아직 없다. 하지만 대형 공사를 할 때 전문건설업체 등과 함께 사업을 해 공사 기간 연장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건설 현장 실태 조사를 통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계약된 공사 기간을 준수하기 어려운 업체가 44%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상시 근로자 수가 50~299인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제를 시행한다. 만약 근무 시간을 넘길 때는 노동자가 고용노동부에 업체를 신고할 수 있다. 이때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 관계자는 “지역 건설업계에 악재가 하나 더 늘었다. 현재 최대 3개월인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건설업계 등의 반발이 이어지자 처벌 유예기간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