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면작성 등 가능기관 전국 2곳
- 지역서 업무협조 사실상 어려워
- 담당부서도 조직개편 때 해체
- 조사 늦어지면 LH 지원 못 받아

부산시가 야심차게 진행 중인 빈집 정비 사업에 시의회가 제동을 걸면서 삐걱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빈집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던 담당 부서는 이번 시 조직 개편으로 분해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7일 시의회가 ‘빈집 실태 조사 및 정비계획 수립 사업’의 예산 집행 선결 과제로 지역 기관과 법인 등이 사업에 참여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해 2월 시행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같은 해 7월 전국에서 최초로 시 조례를 제정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감정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과 ‘빈집 재생 사업 활성화를 위한 유관기관 협약식’을 개최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냈다. 시는 한국감정원에 용역을 맡겨 빈집 실태 조사, 도면 작성 등 빈집 정비계획을 세우려고 했다. 시는 지역에 모두 1만4090가구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부산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는 지난해 ‘빈집 실태 조사 및 정비 계획 수립’과 관련한 예산 14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예산결산위원회를 거치면서 예산 14억 원은 책정됐으나 도시안전위가 내세운 선결 조건을 부대 사항으로 내걸었다. 외부기관인 한국감정원에 용역을 맡기기보다는 지역 기관이나 법인이 사업에 참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LH는 내년에 3200억 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빈집 정비 사업을 진행하는데 지역별로 빈집 정비와 관련한 실태 조사가 수립된 지역에 예산을 우선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비 계획이 늦어지면 부산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최근까지 빈집 정비 사업을 담당해 온 시의 부서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다른 부서로 이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을 보면 실태 조사와 정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관은 한국국토정보공사 국토연구원 지방공사 지방연구원 한국감정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으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용역과 관련한 도면 작성 등에 필요한 인력과 기술을 갖춘 기관은 한국감정원과 한국국토정보공사 등 2곳으로 압축된다. 앞서 빈집 정비 계획을 세웠던 서울시는 한국감정원에, 인천시는 한국감정원과 한국국토정보공사에, 경기도는 한국감정원에 용역을 맡겼다.

시는 우선 시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도시공사에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도시공사는 용역 수행 능력이 없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용역을 맡기는 곳이지 수행하는 곳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용역을 맡으면 관련된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고 인력을 새로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도시공사와 함께 한국감정원을 방문해 업무 협조가 가능한지를 논의하고 있다. 만약 도시공사가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면 시의회를 다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