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 하나뿐인 부품 제조업체
- 20년 연구로 고도의 기술 확보
- 초내열 기술은 4개국만 보유해
- 국내 2년 내 터빈 상용화 가능성
- 외산보다 40% 저렴해 경쟁력
- 올해 해외시장 공략도 본격 추진

발전소의 핵심 부품인 가스 터빈. 이 기술은 아직 국내에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분야다. 가스터빈 완성품을 제조하는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강소기업 성일터빈은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부품 제조사다. 가스터빈 한 대의 비용은 500억 원. 고온 고속 고압이라는 환경에서 기계가 돌아가므로 유지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성일터빈은 부품 교체라는 틈새를 파고들어 기술력을 개발했다. 특히 1, 2년 내 국내 대기업이 가스터빈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관련 산업군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978년 성일기계공업사에서 분사해 가스터빈 고온 부품에 특화한 성일터빈은 앞으로 중동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성일터빈 우타관 대표가 고온 공정을 마친 부품 앞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가스터빈 부품 기술, 국내 유일

8일 오전 부산 강서구 소재 성일터빈 공장. 20개에 달하는 공정에서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로봇이 가지런히 정렬된 제품 하나하나를 꺼내 거대한 용기에 담는다. 이 용기는 섭씨 1500도의 고열 작업을 준비하는 사전 작업의 성격이 짙다. 틀을 갖춘 제품에 화학 약품 처리를 하는 작업이다. 로봇 공정을 지나면 용광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진공 상태의 용기에 제품을 옮기면 곧 1500도의 열이 제품을 달군다. 내구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일련의 작업에는 사실 고도의 기술력이 숨어 있다. 제품의 원재료는 니켈이 50% 이상 함유된 초내열 합금이다. 이 합금은 전 세계에서 단 4개 국가(미국 영국 독일 일본)만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가공이 매우 어렵다. 성일터빈은 초내열 합금 가공 기술을 터득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가스 터빈은 공기를 압축해 연소한 뒤 여기서 얻은 에너지를 활용해 축을 돌려 동력을 얻는다. 성일터빈은 연소기와 터빈부에 속한 부분의 부품을 모두 개발했다. 모든 부품은 고온 고압 고속이라는 열악한 환경을 견디게 된다. 성일터빈이 제조하는 부품은 20여 개에 이른다.

성일터빈 우타관 대표는 “전체 직원 110명 중 연구개발 인력은 30명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1997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 작업에 들어간 이후 현재까지 5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관련 기업이 없어 사실상 시장 개척의 역할을 성일터빈이 한 셈이다. 성일터빈은 매출액의 25%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가스 터빈 시장 열린다

	성일터빈 관계자들이 제품의 틀을 갖추기 위한 작업을 하는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가스 터빈의 부품 수명은 대략 2년 내지 3년에 불과하다. 즉 500억 원을 들여 가스터빈을 들여도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외산 부품을 사용할 경우 부품 교체 또는 재생에 들어가는 기간이 길다. 성일터빈은 부품 교체 및 재생 시장을 노리고 있다. 우 대표는 “연소실에 들어가는 케이스 하나만 하더라도 26억 원의 비용이 든다”며 “국산화에 성공하며 수입산 대비 60%의 가격으로 판매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성일터빈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과 협업해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연소기 버너 국산화 개발을 이뤄 유럽 제조사로부터 수입하던 부품을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이 부품을 국내 발전회사에 팔아 수십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중동 수출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성일터빈은 기술 개발 후 총 4대를 수출해 6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지난해 500만 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향후 1, 2년 내 국내에 가스터빈 시장이 열린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에기평의 지원과 기술 검증을 통해 가스터빈 개발을 앞두고 있다.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면 성일터빈의 성장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07년 69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던 성일터빈은 지난해 1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27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 대표는 “가스 터빈을 5대만 팔아도 2000억 원대의 시장이 새롭게 생긴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부품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활용해 가스 터빈 부문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성일터빈은 두산중공업 에기평과 협업해 구형 가스 터빈 모델을 개선해 부품 공급과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