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 인근·자갈치시장 시범도입

- 31일 ‘제로페이 데이’ 지정

# 기대 컸던 소상공인 실망

- 수수료 면제·소득공제 우대
- 카페 등 계산대 안내판에도
- 여전히 카드·현금으로 결제
- 신용카드 기능 없어 부진 지적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제로페이’(zero-pay)의 가맹점 확보 사업이 신통치 않다. 제로페이를 먼저 도입한 일부 소상공인은 이용자가 적어 실망감도 드러냈다.

	16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로비에 마련된 제로페이 홍보 부스에서 시민이 제로페이 앱 설치, 계좌 개설과 관련한 안내를 받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시는 오프라인으로 받은 제로페이 가맹점이 460곳(소상공인 간편결제추진사업단 접수 제외)이라고 16일 밝혔다. 소상공인 간편결제추진사업단 접수는 현재 지역별로 집계되지 않는다. 제로페이는 지난해 기준 연 매출 8억 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소비자에게는 40%의 소득공제 우대 혜택을 주는 간편 결제시스템이다. 지난달 17일 부산시청 인근과 자갈치시장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했고, 지난 1일부터 부산 전역으로 확대했다.

부산시는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정부 지원금으로 16개 구·군에 ‘제로페이 서포터즈’ 110명을 파견했지만 확산이 더디다. 애초 시범운영 기간에만 가맹점 목표 수를 5000곳으로 정했지만, 서류접수 단계까지 전부 포함해도 700여 곳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신청을 했다가 취소한 곳은 7곳으로 확인됐다. 시범 도입된 시청 인근과 자갈치시장에서 결제한 건수는 약 한 달간 144건에 그쳤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에 접수한 가맹점만 집계한 수치”라며 “제로페이 공식 홈페이지에 신청한 것까지 합하면 2배 가까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소상공인이 느끼는 체감도는 낮다. 가장 먼저 제로페이를 도입한 부산시청 인근 가맹점도 이용률이 저조했다. 시청 인근 한 카페 사장은 “최근 일주일만 보더라도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며 “가까운 부산시청과 경찰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도 사용을 안 한다”고 말했다. 카페 계산대에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있지만 고객은 여전히 카드나 현금으로 계산했다.

100여 개 점포가 제로페이 가맹사로 가입한 자갈치시장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한두 점포를 제외하고는 사용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진 부산어패류처리조합장은 “수수료가 없다고 하니 시작 당시에는 기대가 커서 조합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홍보가 덜 된 탓인지 우리 식당만 하더라도 제로페이로 결제한 게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갈치시장 측은 방문객 나이가 많다는 점과 신용카드 기능이 없다는 점을 제로페이 부진의 이유로 보고 있다.

시민 김 모(35) 씨는 “스마트폰 삼성페이 등과 달리 제로페이는 결제과정이 번거로워 이용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용자의 체감도가 낮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부산시는 당분간 홍보에 매진할 계획이다. 지난 15일부터 시청 로비에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제로페이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다. 또 오는 31일에는 ‘제로페이 데이’ 행사를 열고 시민 홍보에 나선다. 부산시 관계자는 “소비자 혜택을 늘리기 위해 지역 특화 예산으로 4억 원을 확보했다. 정부에 오는 31일까지 예정된 서포터즈의 활동 기간 연장도 요청했다”며 “현재 제로페이 큐알페이(QR pay) 등 여러 가지 간편결제 제도가 도입되는 과도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3~5년 뒤에는 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