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좀비사극 ‘킹덤’ 발표하며
- 亞시장 ‘콘텐츠 제작’ 잰걸음

- DVD 대여업으로 출발 넷플릭스
- 회원 맞춤식 콘텐츠로 급성장

- LG유플러스가 IPTV 단독계약
- SK브로드밴드·KT 아성 도전

- 부산·경남 케이블TV도 영향권
- 콘텐츠 업계 ‘국수주의’ 탈피
- 제작환경 개선 등 혁신 나서야

세계 최대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을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콘텐츠(영화 영상 드라마) 사업자뿐 아니라 통신 방송 플랫폼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드라마 킹덤 특별시사회를 열고 있다. 정옥재 기자

넷플릭스는 동영상 스트리밍(콘텐츠를 다운로드하지 않고 시청함) 서비스 외에도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 국내 이동통신사 및 유선통신 사업자,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는 예의주시하며 품질 경쟁과 ‘합종연횡’에 돌입했다.

넷플릭스는 한국의 방송·통신·콘텐츠 업계를 집어삼키는 ‘고래’가 될 것인지 아니면 국내 사업자와 건전한 경쟁을 벌이며 업계의 체질 강화를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넷플릭스 태풍’은 부산·경남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작에도 뛰어들어

넷플릭스는 24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거실에서 펼쳐지는 엔터테인먼트 킹덤’ 특별시사회를 열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콘텐츠 제작자’로서도 ‘커밍아웃(정체성을 드러냄)’을 선언했다. 6부작으로 제작될 드라마 ‘킹덤’은 스릴러·좀비·사극이 혼합된 영상물이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이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맞춰졌다. 특히 킹덤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계 자본으로 만들어졌지만 극본, 제작진, 출연 배우는 모두 한국인이고 이 영상물은 오로지 넷플릭스의 플랫폼을 통해서만 방송되는 ‘TV 드라마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수개월 전부터 서울 강남 코엑스, 스타필드, 종로 등 핵심 번화가에서 동영상 및 이미지 홍보를 진행했다. ‘역발상’으로 성공한 넷플릭스는 ‘한국 안착’을 위해서는 미디어 소비 패턴을 주도하는 서울 강남의 ‘디지털 유목민’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주된 사업 영역이 온라인 스트리밍인 넷플릭스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22일 미국 영화산업협회(MPAA)에 가입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페이스북과 구글이 회원사인 인터넷협회(IA)를 탈퇴해 영화 제작사로서의 정체성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천 알고리즘으로 성공

DVD 대여업으로 출발한 넷플릭스가 세계 콘텐츠 시장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추천 알고리즘’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홈페이지 방문자를 회원으로 유입하기 위해 ‘한 달간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유료화 직전에는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일단 홈페이지 회원이 되면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은 그 회원의 패턴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한다.

넷플릭스는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했던 지난 14일 ‘미세먼지 심한 날에는 넷플릭스와 함께’라는 제목의 홍보물을 배포했다. 이 회사는 “우리는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인터넷 연결기기에서 넷플릭스 콘텐츠 접속이 가능하다. 노트북, 핸드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에서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접속하고 이전에 재생을 멈췄던 장면에서 ‘마법처럼’ 이어서 재생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IPTV 가운데에서는 LG유플러스의 ‘U+tv’에서만 영상 콘텐츠를 공급한다. 넷플릭스가 비교적 후발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를 통해 강자인 SK브로드밴드와 KT를 흔들겠다는 뜻이다.

넷플렉스 콘텐츠가 유선 환경에서 LG유플러스로 공급된다는 것은 부산·경남권 케이블 TV 시청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케이블 TV 및 유선 인터넷 사업자인 CJ헬로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CJ헬로는 부산의 중앙방송, 금정방송, 해운대·기장방송과 경남의 하나방송, 경남방송, 마산방송을 인수하며 성장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LG유플러스는 적어도 유선 부문에서 부산·경남에 상당한 교두보를 갖게 된다. 넷플릭스 콘텐츠가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경남의 유선 시청자에게도 접촉면을 넓힌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국내에선 곱지 않은 시선

넷플릭스의 급부상과 관련, 정부와 국내 업계는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방송·통신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넷플릭스 등 미국에서 어마어마한 게 밀려오는데 우리 안에서라도 제대로 된 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 MBC SBS)는 지난 3일 SK텔레콤의 유선 부문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OTT 서비스인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가 공동 출자한 콘텐츠연합플랫폼인 ‘푹(POOQ)’을 통합해 오는 6월까지 신설 법인을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이 신설 법인의 SK텔레콤 지분이 높아지면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를 콘텐츠 공급자로 둔 서비스 사업자로 부상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데 대해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손을 잡으며 ‘맞불’을 놓은 셈이다. 하지만 콘텐츠 사업자로서 낙후된 제작환경을 갖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선진화된 제작 시스템을 갖춘 넷플릭스와 경쟁하려면 ‘국수주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제작 환경 개선 등 자체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킹덤’ 제작을 위해 철저한 사전검증과 수요 파악, 철저한 사전 제작시스템을 갖추고 제작과 마케팅을 시행한 반면 국내 이동 통신사와 지상파 방송사는 그동안 혁신적인 제작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와 관련, IPTV 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이 사상 처음으로 콘텐츠 공동 제작에 나서며 넷플릭스와의 ‘선의의 경쟁’ 구도를 만들지 주목된다. MBC와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3일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역사 속의 유명인사 100인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기억·록, 100년을 탐험하다(기억·록)’에 대한 공동제작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제작된 영상의 지적재산권은 두 회사가 공동소유하고 SK브로드밴드는 자사 IPTV 서비스인 B tv에 편성 및 국내 부가판권을 확보한다. 두 회사는 제작과정을 장편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공동으로 영화제 등에 출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외에도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넷플릭스가 유통 또는 제작한 ‘킹덤’ ‘타이탄’ ‘신과 함께’ ‘가십걸’ ‘덤플링’ ‘프렌즈’.

정옥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