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빅 충당금 탓 순손실 1조 넘어
- 산은이 추진중인 출자전환 등
- 현지협상 순조로울 땐 위기 타개
- 사측도 “국내 경영은 문제없다”

- 일각 “새 먹거리 못 찾으면 위험”
- 향후 타 지역기업 매각 우려도

한진중공업의 자본 잠식이 현실이 됐다. 한진중공업의 자본 잠식 가능성은 지난 달 한진중공업의 자회사이자 해외법인인 필리핀 수빅조선소(HHIC-Phil Inc.)가 현지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13일 필리핀 수빅조선소 기업회생 절차 신청 여파로 자본 잠식 상태가 됐다고 공시한 한진중공업의 영도조선소 전경. 국제신문DB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 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자산평가 손실 및 충당부채 설정으로 자본 잠식이 50% 이상 발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공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6979억 원, 영업이익 618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빅조선소 관련 충당금을 쌓은 결과 1조317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그간 본사를 정상화하는 데 발목을 잡아 온 ‘수빅 리스크’를 해소하고 ‘클린 컴퍼니’로 재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진중공업은 이르면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필리핀 은행과 채무 조정을 협상한 결과에 따라 산업은행 등 국내 채권단이 필리핀 은행과 수빅조선소의 출자 전환에 참여하고 감자 과정을 거치면 자본잠식 상태는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재 필리핀 은행과의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면 국내 채권단과 함께 필리핀 은행이 출자 전환에 참여해 감자 과정을 거치고 자본 잠식을 해소하며 재무 구조를 개선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진중공업 자본 확충 계획이 확정돼 출자 전환이 이뤄지면 현재 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대표 조남호)가 보유한 한진중공업 경영권은 산업은행으로 넘어간다.

한진중공업은 2016년 5월 일부 자산을 구조 조정하는 조건으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애초 지난해 12월까지가 기한이었으나 오는 2020년 말까지로 협약이 연장됐다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에서 생산 공정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단기유동성 측면에서도 방위사업청 등에 산업은행 보증으로 선수금을 받아 운영 자금을 확보해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진중공업은 은행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하면서 영도조선소는 방위 산업에 특화하고 건설 부문은 주택 사업에 주력해 영업 흑자를 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수선의 경우 금액이 적고 시장 자체 규모가 작아 향후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한다면 재도약은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장기적으로 경영 정상화 후 지역이 아닌 타 지역 기업에 매각되면 가뜩이나 몇 개 남지 않은 지역 기업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 백충기 연구위원은 “현재 한진중공업 본사의 상황은 나쁘지 않고 조선업 경기도 좋아지고 있어 이번에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면 선종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2006년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를 건립해 한때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10대 조선소로 명성을 떨쳤으나 계속된 조선 불황과 수주 절벽 사태를 버티지 못하고 올해 초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