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의 대중국 교역은 약화되는 반면, 한국과의 경제협력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 원지환 과장, 김민석 조사역은 17일 해외경제 포커스에 게재한 ‘아세안 국가의 대외무역 현황 및 향후 발전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갈등과 이에 따른 중국의 내수 중심 성장전략 강화로 아세안과 중국 간 협력 관계가 다소 정체되면서 한국, 일본과는 경제협력 관계가 보다 밀접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대 들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5개국의 대중국 수출입 비중은 빠르게 늘며 중국이 이들 5개국의 최대 무역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산업구조가 가공무역 중심에서 고기술·중간재 중심으로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아세안 5개국이 중국에서 중간재, 자본재를 수입하고 반제품이나 소비재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분업 체계가 자리잡힌 것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최근 미중 무역갈등으로 이같은 중국과 아세안 5개국의 경제협력 관계에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중국 추가 관세 부과 항목에 포함된 전기 전자, 기계류 등을 중심으로 아세안의 대중 수출 부진이 빚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중장기적으로도 중국이 내수 중심 성장전략을 가속하면 아세안과 중국의 상호 협력 관계가 위축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의 빈자리가 커지면서 한국 및 일본과는 역내 분업화를 통한 경제협력은 보다 밀접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일본이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을 늘리고 아세안 5국이 최종재 생산을 확대하는 수직적 분업구조가 진전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아세안 5국의 참여도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일본은 풍부한 노동력, 저임금이라는 이점이 있는 아세안과 연계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보고서는 “아세안과 한중일 3국의 다자간 분업체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국가간 역할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한국도 중장기전략 수립을 통해 보다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세안 5국과의 강화된 생산 네트워크 구축에 정책적 지원노력을 확대하고 단순 조립 가공 위주에서 기술협력 중심으로 교역관계를 발전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