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공장 가동률 급격히 저하
- 협상재개 미정… 최악 위기 봉착
- 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고조
- 부산지역 경제도 타격 불가피

- 오 시장 “모든 대응책 찾겠다”

임금·단체협약 협상 난항으로 분규를 겪는 르노삼성차 노사가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사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는 데 실패했다. 신규 수출 물량 배정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부산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협력업체의 피해가 예상된다.

르노삼성차는 노사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4회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협상이 결렬됐다고 10일 밝혔다. 노사는 미래 수출 물량 배정을 위한 타결 기한이었던 지난 8일 늦은 밤까지 20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이날 사측은 총 1720만 원(실적 인센티브 1020만 원+원샷보너스 7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2차 수정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또 인력 충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설비 투자, 중식 시간 연장 등의 근무 강도 개선안과 함께 배치 전환 프로세스 개선안도 제시안에 포함했다.

노조 집행부는 추가 인원 200명 투입, 생산 라인 속도 하향 조절, 전환 배치 등에 인사 경영권의 합의 전환 요청을 협상 막판에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전환 배치, 인원 투입 등 현재 ‘협의 사항’인 인사·경영권을 ‘노조 합의’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산공장이 지금까지 개선해 온 우수한 글로벌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사는 향후 일정을 논의하지 않아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양측의 극적인 합의가 없다면 향후 수출 물량 확보는 사실상 어려워 부산공장은 큰 위기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생산 및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생산이 오는 9월 종료된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지난달부터 내년도 글로벌 생산 물량 배분에 필요한 사업 계획을 수립 중이다. 르노삼성 측은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상태여서 사업계획서도 제출하기 어렵다.

향후 수출 물량을 받지 못하면 부산공장만 바라보는 협력업체 역시 공장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최악에는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당장 파업으로 생긴 피해도 문제지만 장기로 보면 후속 물량을 받지 못해 부산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한숨지었다.

르노삼성차는 내년에 국내에 출시할 예정인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수출을 강화해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형 SUV 생산까지의 공백 기간에는 주력 차종인 SM6와 QM6의 생산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이 대안만으로는 로그를 대체할 만큼의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연간 10만 대 수준인 내수 물량만 생산해서는 2교대로 운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사와의 협의 공식화, 최고경영진과의 만남 등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권리와 권리가 충돌할 때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고 조율해서 최선을 이끌어 내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며 “르노삼성차 노사가 시민 전체의 이익이라는 가치를 기준으로 현명한 결정을 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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