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나 등 관리권 이관 추진에
- BPA “북항 등 개발권 이양하면
- 자산 감소·부채 급증” 시각 차

- 전문가 “BPA 그대로 운영하고
- 시는 사용료 받아 수익 올려야”

부산시가 부산항 일원에 대한 해양자치권 확보에 나서기로 했지만 부산항만공사(BPA)와 시각 차가 드러나고 있어 이를 시급히 해소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직제상 해양수산부 산하인 BPA는 부산·경남항만공사 설립은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유휴 항만개발·관리권, 마리나 항만 개발사업권 등을 시가 가져가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8일 부산시와 BPA 등에 따르면 시는 해양분야 실질적 지방자치 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4일 ‘해양 자치권 확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시는 올해 항만공사 운영 자율성 확보, 유휴 항만개발 관리권 지방 이양, 마리나 항만 개발사업 시행 권한 지자체 이관 등을 핵심 과제로 선정해 추진키로 했다. 부산·경남항만공사 설치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도 추진해 항만공사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북항을 부산항에서 분리한 후 국가관리무역항에서 지방관리무역항으로 변경 지정해 유휴 항만 시설 관리와 개발 일체를 지자체 주도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민간투자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리나항만 개발사업 시행 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부산 극지타운 조성, 해사전문법원 설립, 수협중앙회 및 수협은행 부산 이전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시 방침에 대해 BPA는 일단 싱가포르 PSA와 상하이 SIPG 등 해외 항만공사처럼 글로벌 물류 기업화하는 데는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시가 북항을 관리하고 마리나 항만 개발사업권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BPA 관계자는 “북항은 주요 자산인데 북항 개발·관리권을 이양하면 자산 감소와 부채 비율 증가로 투자여력이 반감돼 오히려 부산항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신선대, 감만, 신감만, 자성대 같은 북항 일대 부두의 자본 가치는 2조9000억 원에 달하고, 부산시로 북항 관리권을 이양하면 부채비율이 현행 51.7%에서 224.8%로 늘어난다고 BPA는 분석했다. 또 유휴항만 재개발은 자산 이관 차원이 아닌 시와 항만당국이 협력해 통합계획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PA 관계자는 “일본은 지방 분권형 항만관리를 시행했지만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해양분권은 부산항 중심의 해양파이를 키워 시와 항만당국이 서로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해양수산업계는 시가 해양자치권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선 것을 지지하면서 BPA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대 정영석 교수는 “항만자치권을 부산시가 가져와야만 BPA의 지방공사화가 가능하고 실제로 운영해보면 수익이 나기 어렵다”며 “현행대로 BPA가 운영하면서 항만사용료 등을 제대로 받아 수익을 올리고 부산시는 항만 관련 지방세를 제대로 받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