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 SKT·연세의료원 스마트 병원
- 환자 음성으로 침대·조명 조절

- KT, 앱으로 의료비 수납 가능
- 대형병원에 모바일 플랫폼 계획

- 부산대병원 안과 알고리즘 활용
- 녹내장 등 실명 질환 조기 발견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가 적극적으로 융합하고 있다. 의료기술에서부터 진료 서비스 과정, 퇴원 후 환자 관리까지 의료에 관한 모든 과정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블록체인을 비롯한 신기술과 접목되고 5세대 이동통신(5G)망 구축도 추진되면서 5G 통신 서비스와 의료 산업이 활발하게 이종교배할 전망이다.
특히 부산에는 노령층이 많아 의료 수요가 높고 대학병원도 여러 곳 있어 의료와 ICT 접목이 활발하게 일어날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역민의 삶이 멀지 않은 장래에 ‘혁명’ 수준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주로 ICT와 의료가 만나는 접점은 ▷스마트 헬스케어(건강관리) ▷스마트 병원 ▷진단 후 퇴원환자 관리 ▷병원진료 시스템 간소화 ▷의료기술 첨단화로 나눌 수 있다.

법 체제가 정비되면 원격 의료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가 풀려 원격 의료 시스템이 구축되면 의료 체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5G망이 완전하게 구축되면 초저지연성이 특징인 5G 전파를 활용해 원격진료는 물론 수술도 가능하다는 게 의료계 시각이다.

반면 거대 통신기업과 수도권 중심의 대형병원이 비수도권 의료 체계를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비수도권 우량 병원이 특화 분야를 개척해 거대 병원과 맞설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프라, 하드웨어 구축은 어디까지

부산 강서구에 조성되는 에코델타 시티에 2025년 ‘스마트 헬스케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이 클러스터에 입주하려는 대학병원 간 경쟁(국제신문 지난달 29일 자 1면 보도)이 치열하다. 부산시는 최근 이 클러스터 부지(45만 ㎡) 가운데 6만1000㎡에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고신대 복음병원은 의과대학과 간호대학은 물론 병원을 아예 옮기려는 계획을 세웠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AI를 기반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때 로봇의 도움을 받으며 환자 데이터를 비식별 정보로 집적하는 등 ICT와 융합된 총체적 서비스 개념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클러스터’보다 좁은 개념인 ‘스마트 병원’ 플랫폼 구축을 위한 구상도 최근 공개됐다. SK텔레콤은 연세의료원과 함께 2020년 2월 개원할 용인 세브란스 병원을 ‘스마트 병원’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달 28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이 구상하고 있는 스마트 병원에는 AI 스피커 ‘누구(NUGU)’가 설치돼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음성 명령만으로 침대 조명 TV 등을 조작하고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격리 병동 환자를 위해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해 사이버 문병 솔루션을 개발하고 의료정보 해킹을 막는 양자 암호 솔루션도 적용한다.

안면 인식 기술도 도입한다. 의료진은 안면 인식 출입 통제 시스템으로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주요 부서에 출입하도록 한다는 게 SK텔레콤 측 구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문 인식이나 출입증 태그와 달리 비접촉이라 감염 위험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병원’ 구상을 자세히 보면 스마트 팩토리(공장), 스마트 오피스(사무실) 플랫폼을 응용했다.

■진료 외 서비스, 퇴원 환자 관리도

KT는 모바일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레몬헬스케어와 함께 블록체인(분산형 보안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 병원 서비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진료 예약, 의료비 수납, 전자 처방전 전달, 증명서 발급을 비롯한 진료 외의 전 과정을 앱으로 제공한다. KT는 블록체인 개발 플랫폼인 ‘GIGA Chain BaaS’를, 레몬헬스케어는 국내 40여 개 대형병원에서 서비스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제공하기로 했다.

레몬헬스케어는 지난 2일 경남 창원경상대학교병원에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인 ‘엠케어’를 설치했다. 레몬헬스케어는 이어 인제대학교 백병원 5곳에서도 이 서비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간편 병원 예약·접수 서비스 앱 ‘똑닥’을 운영하는 비브로스는 서비스 범위를 넓혀 홍역이나 독감 정보도 앱으로 제공한다.

ICT는 퇴원한 환자 돌봄에도 활용된다. 부산대병원 의생명연구원은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스마트소셜’ 등과 함께 지난해 5월 ‘노인 질병 케어’를 기획했다. 올해 정부에 국가 사업화 과제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병원 치료를 받고 주거지에 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당뇨 고혈압 치매를 IoT 센서로 점검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려는 개념이다. 스마트소셜 관계자는 “노인 질병은 늦게 발견되면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를 막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료+과학+ICT

본질적인 의료 행위에서도 ICT 융합이 발전한다. 이와 관련 부산대와 부산대병원은 ‘제 2의 신라젠’ 발굴에 나섰다. 신라젠은 부산대 벤처로 처음 출발해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기술 개발 회사로 성장했다.

부산대와 부산대병원은 지난해 12월 부산대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인 ㈜에이아이인사이트를 설립해 안과 질환 조기 진단을 위한 안저(망막) 카메라와 ‘AI 스크리닝(조기 진단) 솔루션’을 개발했다. 신라젠 임상 연구 자문을 맡았던 김형회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솔루션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부산시 지원을 받았다.

개발된 솔루션은 안과에 최적화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3대 주요 실명 질환인 녹내장 백내장 황반변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카이스트에서 전자전산학을 전공한 부산대병원 권한조 안과 교수, 고려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던 같은 과 박건형 교수, 신사업 기획을 맡은 김도희 교수, 미국에서 창업 경험이 있는 이상훈 CFO(최고재무책임자)가 한 팀이 됐다.

김도희 교수는 “안과 질환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병원 입장에서도 장비가 비싸 부담이 큰 진료 분야다. 하지만 AI 스크리닝 솔루션으로 조기 진단이 가능해 대형 병원의 환자 적체를 해소하고 의료진에게는 진성 환자 치료에 집중하도록 한다. 현재에는 국내 마케팅 대기업과 협력해 해외 진출도 모색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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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