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맥주 세금 ‘역차별’ 해소
- 수입맥주 ‘4캔 만 원’ 힘들 듯
- 소주는 ‘종가세’ 유지로 ‘가닥’
- 조세연구원 오늘 공청회 개최

정부가 1969년 제정된 현행 주류세 체계를 개편하고자 3일 관련 초안을 공개한다. 맥주와 막걸리에 ‘종량세(unit tax)’를 우선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이마트를 찾은 여성 고객이 수입 맥주를 고르고 있다. 국제신문DB

종량세는 술의 용량이나 알코올 농도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수입 맥주보다 과세 구조가 불리한 국산 맥주의 경쟁력은 좋아진다. 반면 현행 주류세 체계를 등에 업고 ‘4캔 1만 원’ 등 저가 공세를 펼치는 수입 맥주의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2일 주류세법 개편과 관련해 전체 주종의 종량세 전환 대신 맥주와 막걸리부터 종량세로 우선 전환하는 방안을 더불어민주당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3일 ‘주류 과세 체계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어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한다. 공청회에서 발표되는 내용은 정부가 마련 중인 주류세 개편 최종안에 대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산 맥주는 제조장 출고가(제조 원가+판매관리비+예상 이윤)를 과세표준으로 잡고 여기에 72%의 주세율을 매기는 방식으로 최종 소비자 가격이 정해진다. 반면 수입 맥주는 단지 세관 신고가를 기준으로 과세해 국산 맥주보다 세금이 훨씬 적게 붙는다. 더욱이 세관 신고가에는 홍보·마케팅 비용이 포함되지 않는다. 가격 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입 맥주 열풍을 불러 온 ‘4캔 1만 원’ 마케팅도 국내 맥주업계에 불리한 현행 주류세 체계가 있어서 가능했다.

이 때문에 국내 맥주업계는 불만을 제기했고, 정부도 이를 고려해 주류세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애초 지난 4월 초안을 내놓으려고 했으나 주류 업계가 맥주·소주 가격을 인상하자 발표를 미뤘다. ‘주류세 개편으로 술값이 올랐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현행 주류세 적용 방식이 종량세로 전환되면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간 조세 형평성이 이뤄져 국산 맥주가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행 주류세 체계에 힘입어 저가 프로모션을 진행해 온 수입 맥주는 마케팅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주는 현행대로 ‘종가세(cost-based tax)’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서민의 술’인 소주에 종량세를 적용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종량세는 ‘저도수 저세율, 고도수 고세율’이 원칙이다.

맥주와 함께 종량세 전환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막걸리는 탁주로 분류돼 현재 가장 낮은 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세액이 변하지 않는다면 종량세 전환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측 분석이다. 기타 주류에 속하는 와인은 가격이 초고가에서 저가까지 천차만별이라 종량세 체계 설계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국산 맥주 vs 수입 맥주 현재 과세 비교 국산 맥주 구분 수입 맥주 출고가의 72% 주세율 수입신고가+관세의 72% 출고가(제조원가+이익)+주세 판매가격 수입신고가+관세+주세+이익 원재료비·인건비·제조경비·광고비·판매관리비·영업 외 이익을 합친 금액에 징수 과세표준 수입신고가+관세에 징수 평균 395원 한 캔(355ｍℓ)당 주세 212~381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