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한중 합작 투자로 추진되는 스테인리스 냉연 공장에 대한 유치(국제신문 지난달 31일 자 14면 등 보도)를 보류하면서 해당 업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가 늘어나는 대신 국내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철강업계의 주장만 수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스테인리스강 제조업체 ‘청산철강’과 국내 파이프 제조사 ‘길산그룹’의 합작사인 GTS는 17일 “부산시 주변 철강 관련 기업이 기득권 지키기에 나서며 시에 투자를 보류하라는 압력을 가했다”며 “결국 합작 투자를 승인했던 시가 결정을 유보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길산그룹이 생산한 철강 제품.

　국내 철강업계와 해당 공장이 있는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투자 보류를 주장하는 것은 국내 경제 상황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해외 직접 투자액은 사상 최대치인 14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44.9% 늘었으며, 분기 단위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이 중 제조업 투자는 57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투자액의 4분의 3이 넘는 수준인 33억8000만 달러나 증가했다.

　해외 투자가 늘면서 국내 투자는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설비 투자는 같은 기간 17.4% 줄었다.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투자가 줄었다. 외국 기업도 한국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에 직접 투자된 금액은 1분기 31억7000만 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했다.

　GTS 측 관계자는 “해외 자본 때문에 국내 철강산업이 잠식되고, 싸구려 철강이 도입될 것이라는 업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GTS의 규모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규모가 되지 않는 데다, 다루는 제품은 첨단 스테인리스 냉연 제품이므로, 국내 산업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저가의 낮은 품질을 가진 제품이 국내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외국의 싼 원료를 수입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생산 방식은 한국 철강 산업의 전통적인 제조 기법이라는 설명이다.

　GTS 관계자는 “중국 거대 철강회사가 연결됐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투자 보류에 관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미 결정된 투자 협약을 지켜 한국 경제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