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확대시 대상 여부 파악 중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를 앞두고 부산지역 중소기업이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 기업별로 재고 확보, 대체재 마련, 우회 수입 경로 타진, 전략 물자 해당 여부 확인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지만 일부 기업은 규제 대상인지조차 확인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5일 지역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일본 수출 규제 확대 움직임에 따른 긴급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기계부품 같은 부산지역 주력 제조업종 대부분이 직간접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업체와 협업해 윤활유를 만드는 A사는 윤활유 첨가제와 기유(베이스유)를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한다. 일본 업체가 첨가제 등을 일본 제품으로만 사용할 것을 시방서에 명시해 수출 규제가 확대되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A사는 첨가제나 기유 수입이 어려워지면 협력 일본 업체에 시방서 변경을 요구할 작정이지만,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접착제와 젤라틴을 제조하는 B사는 20여 개 원료 품목을 일본에서 수입한다. 제품을 개발할 당시 일본과 기술 제휴해 일본산 원재료 의존도가 높다. 일단 급한 대로 6개월분 원재료라도 재고로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일본산 원자재로 화학 제품을 만드는 C사는 일본 수입 원자재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D사는 일본 거래 기업에 전략 물자인지 확인을 요청했으나 ‘현재로서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부정확한 답변만 들었다.

지역 기업은 나름대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피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화학용품을 생산하는 한 업체는 일본 수출 규제 영향을 받은 국내 대기업이 납품 물량을 줄이면서 이달부터 납품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상의는 부산시와 함께 일본수출규제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기업 피해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 분야 보복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역 중소기업이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