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순도 불화수소 수출 규제에 대응하고자 소재·부품 산업의 국산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는 국산화에 성공하려면 화학물질 관리와 관련된 중복 규제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소재·부품 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를 열어 소재·부품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계 요구를 공개했다.

이 세미나에서 소재·부품 산업에서 벌어진 한일 격차는 화학물질 평가 및 관리 규제가 한국에서는 국민 관점이 아니라 정부 부처 관점에서 만들어지면서 일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양대 곽노성(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는 “한국의 화학물질 안전 규제는 화학물질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 외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관리되고 있는데 물질 등록은 법률마다 별도로, 관리 체계는 중복돼 비효율이 크다”며 “이는 국민이 아닌 부처 입장에서 법률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법률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고 화학물질 규제를 일본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학물질 신고 제도와 관련해 곽 교수는 “유럽연합도 기존 물질과 신규 물질을 모두 신고하도록 하지만 전문 인력의 질적 역량은 물론 인력 수를 보면 한국은 유럽연합보다 턱없이 적다. 유럽연합은 평가 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민간 의견을 수렴하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신규 물질만 신고한다. 일본의 화학물질관리법은 562종을 관리하지만 한국의 화학물질관리법은 1940종을 관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옥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