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직 이착륙… 교통체증 해소 기대
- 공중 장애물 적어 자율주행 적합
- 자율차보다 먼저 상용화될 수도
- 2040년 1조5000억 弗 시장 전망

현대차그룹이 미래시장에 대응하고 선점하기 위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최고위직을 영입하며 미래 교통수단으로 떠오르는 ‘플라잉카’ 등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자동차를 넘어 새로운 개념의 이동수단을 개발하는 것은 세계 주요 업계의 화두다. 위 사진은 미국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에서 보잉사가 제작한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제품이 첫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체 ‘키티 호크’가 만든 프로펠러가 8개 달린 드론 형태의 플라잉카가 나는 모습. 국제신문 DB·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추진을 전담하는 ‘UAM(Urban Air Mobility) 사업부’를 신설하고 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사업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1일 밝혔다.

‘UAM사업부’를 총괄하는 신 부사장은 미래항공연구와 안전 부문 전문가로 NASA에서 30년간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력할 계획을 내놨다. 신 부사장은 저공비행용 교통시스템 개발을 위해 미국 연방항공청(FAA)을 비롯해 구글, 우버, 보잉, GE,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끌어내는 등 도심 항공 모빌리티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신재원

우선 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한 전체적인 로드맵을 설정하고 항공기체 개발을 위한 형상 설계와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안전기술 등의 핵심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신 부사장은 항공안전과 항공교통 관제기술 분야에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단순히 항공기체 개발에 머물지 않고, 항공 인프라와 항공 관제 체계 등 종합적인 교통 체계 관점으로 시장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또 배터리와 모터, 경량소재, 자율주행 등 자동차 제조 핵심기술을 UAM사업에도 활용해 사업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UAM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으로 ‘고객에게 이동의 자유로움’을 제공하기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세계적으로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늘면서 거주자의 이동 효율성이 떨어지고 물류비용 등 제반 비용이 상승하는 문제에 도심 항공 모빌리티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라잉카 또는 개인항공기(PAV), 에어택시 등으로 불리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는 항공기와 달리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한 것이 핵심이다. 이런 장점으로 사람의 이동뿐만 아니라 물류에서도 항공 모빌리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UAM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UAM 시장에선 보잉과 에어버스, 아우디 등 항공기와 자동차 제작사뿐만 아니라 구글과 우버 등 기술 기업과 아마존 DHL UPS 등과 같은 물류기업, 170여 개의 기술 스타트업들이 항공기체 개발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하늘을 나는 드론 택시는 ‘드라이빙 에어플래인’ 개념에 가깝다”며 “비행 자동차가 레벨 5(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의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상용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단 공중으로 날아오르면 자율주행하는 방식으로 지상과 달리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자율주행에는 더 적합한 면이 있다”며 “기업 시장과 개인 시장이 함께 상용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이런 움직임은 앞서 자동차 빌트인 타입 전동 스쿠터를 공개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께 출시될 신차에 이 전동 스쿠터를 선택 사양으로 탑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차가 전동스쿠터와 같은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개인 전동형 이동수단으로 목적지까지 최종 이동수단)와 항공 모빌리티 등 자동차를 넘어선 새로운 모빌리티 분야에 역량을 쏟아넣는 것은 소비자의 이동과 레저 활동의 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기존 자동차의 개념만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현대차그룹만의 전략은 아니다. 세계 유수 완성차업계의 공통된 화두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새로운 CEO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도 “벤츠의 미래는 여전히 이동 수단 제조사로 남겠지만 이동 수단의 기능과 본질이 변하는 만큼 에너지와 IT 기업들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할 수준의 폭넓은 협업을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