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신탁사 12곳이 모두 서울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을 위해 부동산 신탁사 인가를 담당하는 평가위원의 근무처를 다양화하고, 심사항목에 지역 개발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정훈의원실(부산 남구갑)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부동산 신탁사 실적’을 보면 지난 7월 금융위원회에서 본인가를 받은 신탁사를 포함해 모두 12개 회사가 서울에 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신탁업은 고객이 맡긴 부동산 자산을 관리·운용·처분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이익을 부동산 자산 소유자와 나눠 갖는 방식이다. 국내 11곳 신탁사가 영업 중이며, 지난 3월 금융위원회의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 후속조치에 따라 12개 회사가 신청해 3개 부동산 신탁사가 예비 인가를 받았다.

예비 인가를 받은 1곳인 ‘디에스에이티컴퍼니(주)’는 지난 7월 24일 금융위원회에서 본인가를 받았다. 자료에 따르면 ‘디에스에이티컴퍼니’와 아직 본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2곳, 기존 11곳은 모두 서울 소재 부동산 신탁사이다. 지난 3월 예비인가 신청사 중에는 부산시와 세종시 2곳의 지방 소재 회사도 있었지만 탈락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신탁사들의 당기순이익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11개 부동산신탁사의 담보신탁 수주 실적은 322조3000억 원이고, 이를 통한 당기순이익은 1조405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곳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3934억 원(수주 91조8000억 원)에서 2017년 5047억 원(수주 105조4000억 원), 2018년 5078억 원(수주 125조1000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3년 간 당기순이익을 가장 많이 낸 신탁사는 ‘한국토지신탁’으로 3461억 원의 이익을 올렸다.

김정훈 의원은 서울에 편중된 신탁업을 지역에도 고루 배치할 수 있도록 심사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모든 부동산 신탁사가 서울에 거점을 두고 있으니 지역 개발에 대한 전문성도 떨어지고, 지역 개발로 조성된 부가가치 역시 오롯이 서울로 흡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김 의원은 “이번 예비인가 심사항목을 확인해 보니 금감원의 ‘금융투자업 인가 외부평가위원회’의 심사 내용에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대한 개발 계획 등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또 인가 관련해 대부분을 심사하는 ‘금융투자업 인가 외부평가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공정해야 함에도 구성과 운영상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었다”고 비판했다.

현재 외평위 위원은 전 외평위원 또는 금감원 임원 추천을 받아 금감원장이 위촉하도록 하는 간단한 절차로 이뤄진다. 위원 명단은 비공개이지만, 위원 개개인이 사적 이익을 남용할 우려에 대한 비밀유지의무 규정은 미비하다는 것이 김 의원 측 설명이다.

김 의원은 “위원 인력풀 구성 역시 불균형하다. 21명 모두 근무처가 수도권 소재로 지역 편중화가 심각하다”며 “위원 선정에 있어 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다양한 구성원이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사 내용에 대해서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대한 개발계획 등을 포함하고, 요건을 충족한 지방 기업에 한해서는 인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신탁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촉구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