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전년비 -1%로 전국 최저
- 8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
- 경남도 최근 두 달 급하향세
- 두 곳 주택가격지수 30개월 ↓

정부가 최근 전국 소비자 물가 하락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규정하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에 선을 긋고 나섰지만, 주력 산업 부진이 장기화된 울산과 경남 등 일부 지역은 이미 디플레이션 초입 단계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 경기 침체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와 집값이 동시에 하락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7일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지난달 울산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0%(이하 전년 동월 대비)로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울산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0.4%를 기록한 후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부산은 지난달(-0.2%)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0.038%)과 9월(-0.4%) 두 달에 걸쳐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 1일 ‘2019년 9월 전국 소비자 물가 동향’ 자료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농산물 가격이 높게 나타난 데 따른 기저 효과가 최근 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조선·자동차 구조조정 등으로 소비가 급감한 울산은 기저 효과가 나타나기 전부터 물가 하락이 진행된 셈이어서 정부 분석에 물음표가 달린다.

경남 경북 충남은 최근 두 달만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울산에 맞먹는 하락세를 보였다. 경남은 지난 8월과 9월 각각 -0.5%와 -0.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북은 -0.3%에서 -0.9%로 내려갔고 충남 역시 각각 -0.4%와 -0.8%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은 공산품 가격도 급락했다. 지난달 울산의 공업제품 소비자 물가 지수는 1년 전보다 0.7% 하락했다. 경북은 0.6% 내려갔고, 경남과 충남은 각각 -0.5%와 -0.4%를 기록했다. 기저 효과가 작용한 농산물 이외 품목에서도 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서울의 공업제품 소비자 물가 지수는 지난해 9월보다 0.4% 올랐다.

이들 지역의 집값이 함께 떨어지는 점도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울산과 경남의 주택매매 가격 지수는 2017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6개월째 하락세를 기록했다. 충남은 2017년 11월부터, 경북은 2016년 1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8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울산은 다른 지역보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울산 소비자 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 : 통계청, 전년 동월 대비 1윌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0.2% -0.4% -0.2% -0.3% -0.3% -0.2% -0.2% -0.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