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특정 의사에게 몰아주기식 의료 자문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와 의사 간의 카르텔 형성 의혹이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부산 북구·강서구 갑)이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에서 받은 ‘보험사별 의료 자문 현황’을 보면 보험사가 의료 자문을 특정 의사에게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정황이 확인됐다.

자료를 보면 의사 A 씨는 2018년 한 해에만 보험사로부터 모두 1815건의 의료 자문을 요청받아 약 3억5093만 원의 의료자문 수수료를 받았다. 이는 근무 시간 내에 하루 평균 6~7건의 의료자문을 진행한 것으로 자문수수료가 전문의 연봉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A 씨는 특히 삼성화재에서 요청받은 의료 자문이 1190건으로 65.6%를 차지해 보험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 삼성 계열 내 보험사와 의사 간의 카르텔 의혹이 제기된다.

의사 B 씨는 지난해 한 보험사로부터 618건의 의료 자문을 받아 모두 1억1662만 원의 자문 수수료를 받았다. 의사 C 씨도 특정 보험사로부터 566건의 의료 자문 요청을 받아 1억1355만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의료자문제도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서면을 통해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제도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악용해 보험금 지급을 회피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환자를 한번도 대면하지 않은 익명의 자문 소견서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자문 의사의 소견서에는 의사 이름이나 소속 병원 등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에서 의뢰한 유령의 자문의에게 일방적으로 결과를 통보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전재수 의원은 “의료자문제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라며 “의료자문의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보험사 중심의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재수 의원은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해 의료자문의 실명제를 도입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