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세계금융위기 근접 평가
- 상당수 고용·투자 계획보다 축소
- 부산상의 “소비산업 큰 피해
- 정부 특단의 대책 내놓아야”

코로나19 여파로 부산지역 기업경기전망지수(BSI)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020년 2분기 부산 제조업 경기전망 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지역 제조업체 25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분기 BSI는 61로 조사됐다. BSI는 기업 활동에 대한 대표적인 체감경기지표인데,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뜻하고, 100 이상은 그 반대다.

2분기 BSI는 1분기 조사 때 83에서 22포인트나 급락했다. 현재 상황은 2008~2009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당시 상황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2009년 2분기 부산의 BSI는 58로 조사 시행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중 ‘사드 갈등’이나 ‘노 재팬’이 한창이던 2018년 1분기~2019년 1분기 때도 BSI 지수는 모두 80 이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로 지역기업이 체감하는 경기가 얼마나 악화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

부산상의가 250개사에 2분기 경기전망을 물은 결과, 117곳(46.8%)은 ‘악화’라고 응답했다. ‘호전’을 기대하는 곳은 20곳(8.0%)뿐이었다. 업종별로는 섬유제품의 BSI 감소 예측이 가장 두드러졌다. 1분기는 120이었지만 2분기는 33을 예상했다. 의복·모피도 같은 기간 90에서 25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수가 급감해 섬유·의복 업종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또 부산상의가 지역 제조업체와 의원사 등 310개사를 상대로 ‘코로나19 기업 영향 및 애로사항 조사’를 벌인 결과, 제조기업 100곳 중 37개사가 올해 고용과 투자를 계획보다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올해 남은 기간 신규 고용 계획을 묻는 항목에 “올 초 계획보다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37.0%였다. 투자 계획을 묻는 항목에서도 ▷계획보다 줄일 것(37.4%) ▷계획대로 시행(60.3%) ▷계획보다 늘릴 것(2.3%) 등이었다. 부산상의 심재운 조사연구본부장은 “답변에 있는 ‘계획대로 시행’은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는데 ‘계획대로 채용이나 투자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도 있어 실제 채용 인원 등은 예년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상의 이갑준 부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 코로나19 타격은 예상 외로 심각했다. 소비산업의 피해가 더 크고 광범위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체감 경기는 더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추경 외에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