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1%대 성장 쉽지 않아”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 수준인 현 기준금리 0.75%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크게 위축됐지만 ‘한국판 양적 완화’ 등 경기부양 정책 효과를 지켜본 후 금리 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계획이다.

9일 한은 이주열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금융·통화정책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보면서 정책 방향을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선 “금리를 지난번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려 정책 여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효 하한이 가변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금리 정책의 여력은 남아 있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16일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 인하하며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75%를 결정했다. 또 지난달 26일에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은은 추가 유동성 공급 조치로 이날 금통위에서 그간 공개시장운영에서 국고채에 한정됐던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금융공사 MBS를 포함시키고 유통시장에서 직접 매입할 수 있는 ‘공개시장운영규정 개정안’도 의결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등도 본격 가동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 총재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는 “기본 시나리오 가정 아래 국내 경제가 올해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1%대 성장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을 2.3%에서 2.1%로 내린 바 있다. 금통위도 이날 의결문에서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진은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충격의 강도가 셀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국내 경기 흐름은 코로나 사태의 진정에 달려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2분기 중에 진정이 되고 3분기 이후 점차 개선된다면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