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중 35%는 “3개월내 도산 위기”
- 비상경영대책 생산 축소가 최다
- 포스트 코로나 대비 경영전략
- 생산 증대·공급망 다변화 우선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사태로 부산지역 제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멈춰선 상황에서 지역 기업들은 직면한 위기 극복이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채 ‘생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100개 기업 중 70곳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2일 ‘코로나19에 따른 제조업 비상경영대책 현황’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할 비상대책 수립 여부 등을 묻기 위해 600곳의 제조기업에 설문을 보냈고 200곳이 응답했다. ‘코로나19로 나타나는 현재 상황을 기업이 몇 개월간 버틸 수 있냐’고 묻자 전체의 34.5%가 ‘3개월까지’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4%는 ‘1개월까지’였다. 이런 경제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조사기업의 67%가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수 있어 경영 안정 조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코로나 비상경영대책’을 시행 중이거나 검토 중인 기업은 전체의 49%뿐이었고, 나머지 51%인 102개사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대책이 있다’고 답한 기업의 경영대책 수립 내용에서도 실효성을 찾기는 어렵다. 55.5%가 ‘생산축소(조정)’라고 답했고 ▷고용 조정 16.0% ▷현금 유동성 확보 14.5% ▷투자 축소 8.3% ▷감염방지(재택근무) 5.8% 등이었다.

‘생산축소’를 대책이라고 답한 기업에 ‘어떤 방식의 생산축소가 이뤄지나’고 구체적으로 묻자 공장가동 축소가 28.3%로 가장 답변률이 높았고 ▷연장근무제한 20.0% ▷매출목표 축소 19.4% ▷단축근무 16.1% 등이 뒤이었다. 고용조정에서는 휴직 34.6%, 채용 취소·축소 28.8%, 구조조정 23.1%, 임금삭감 13.5% 등이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최우선 경영전략’을 묻자 ‘생산 증대와 이를 위한 채용 확대’라고 답한 기업이 21.1%로 가장 많았다. ‘공급망 다변화’라고 답한 곳은 20.3%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산 원부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경험한 탓에 이 같은 답변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자동화 투자확대’(8.3%) ‘공장 스마트화 추진’(7.1%) ‘조직혁신’(7.9%)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2월 이후 본격화된 코로나19로 제조업체의 타격은 지금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현재 지역기업의 대응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기업 간 거래(B2B)가 핵심인 제조업은 수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약으로 납품하는 방식이어서 단기 충격보다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때 취약하다.

실제로 부산지역 산단의 입주기업 상당수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주 감소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본가 녹산, 신평·장림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53.7%가 수주 감소와 계약 취소 등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부산상의 심재운 조사연구본부장은 “소비재 기업은 내수경기만 회복되면 심각한 위기는 극복할 수 있지만, 제조업은 글로벌 체인을 통한 수출이 많은 만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제조업이 부산의 고용 안정 버팀목인 만큼 시와 정부의 적절한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