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집권하며 中과 무역전쟁
- 코로나까지 겹쳐 수출실적 악화

- 바이든 극단적인 보호무역 지양
- 당선 땐 다자 무역질서 복원해
- 우방국과 교역 활성화 꾀할 전망

- 탄소배출 제로화 韓기업에 부담
- 美 진출기업 법인세도 올릴 듯

- 트럼프 ‘불복’에 불확실성 커져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우리나라의 통상 환경은 이전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가 ‘미국 우선주의’ 방침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겠지만, 트럼프식 일방주의를 지양하는 만큼 보호무역 기조가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사태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한동안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상승세로 장을 시작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미국 대선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다자 공조체제 복원 기대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주요 경제기관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때 한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요인으로 ▷미국과 중국 간 가치사슬 복원 노력에 따른 국내 수출 개선 ▷한미 통상 환경 완화 ▷대외 불확실성 완화로 인한 주식시장 안정 등이 꼽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정훈 경제협력총괄팀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등 우방국과 협력해 글로벌 무역 질서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나라 수출은 집권 초기 단행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간 무역전쟁 등 대외 환경 악화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이 지난해(1362억 달러) 16.0%나 급감(2018년 대비)한 것도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결정 등으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에 기인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까지 겹치면서 1~9월 국내 전체 수출액(3709억 달러)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다. 올해 1~9월 부산의 대중국 수출액(12억8000만 달러)도 전년 동기 대비 11.3% 급감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할 때보다 우리나라의 통상 환경이나 수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 부과 등을 앞세워 상대국을 압박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후보는 ‘우방국 간 무역 활성화를 추진해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다자 체제 복원에 힘입어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현재 200건이 넘는 대한국 수입 규제도 ‘무역 장벽’ 완화 덕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지난 1일 기준) 한국에 대한 각국의 수입 규제는 총 228건(총 27개국)으로 1년 전보다 27건 늘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다자 공조 체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무역 장벽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은 셈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글로벌 다자 체제가 구축되면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진출기업, 세금 부담 확대 우려

부정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 정책에 따라 법인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환경 비용 부담까지 안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간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환경 문제 대응에 더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이다. 그는 ‘2050년 탄소배출 제로화’를 선언하면서 “탄소 배출 감축에 실패한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하거나 탄소세를 부과하겠다”고 못 박았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기는 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정도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중국에 대한 견제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전에 나선 것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개선되는 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불복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데 긴장하며 국내외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6.47포인트(2.40%) 오른 2413.79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9.5원 하락한 1128.2원을 기록했다. 김 차관은 “미 대선 리스크는 국내 금융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바이든 당선시 국제경제 변화     ·다자주의 회귀 (TPP 재가입, TTIP 재추진, WTO 개혁 주도) ·일방주의적 관세(201, 232조) 철회 가능성 ·대중국 관세는 당분간 유지 가능성 ·경기 침체, 민주당 성향 등 고려해  완화된 보호무역주의 기조 전망 ·미국 리더십 중시, 파리기후협약 등 재가입 ※자료 :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