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행장 선임과정서 용퇴 결정
- ‘진심’으로 고객·직원 신뢰 쌓아
- 썸뱅크 등 디지털 분야에 앞장

- 채널 ‘happy 빈’에 편지글 올려
- “고객 컨설턴트 등 역할 넓혀야”

“제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채널 ‘happy 빈’이 있어요. ‘happy 빈’에 마지막 편지를 쓰고 나니 떠나는 것이 실감 나더군요.”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부산은행 빈대인 행장이 그동안의 소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BNK부산은행 제공

지난 3년6개월간 BNK부산은행을 이끈 빈대인(61) 행장이 31일 임기를 마친다. 2017년 9월 제12대 행장으로 취임한 빈 행장은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 이후 BNK금융그룹은 신임 행장으로 부산은행 안감찬 부행장을 선임했다. 다음 달 1일 이임식을 앞둔 빈 행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었다.

“2017년 취임 당시 ‘위기 상황에 등판한 중간계투’란 심정이었어요. 당시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안팎에서 차가운 시선을 많이 느꼈습니다. 직원들은 ‘회사를 못 믿겠다’, 고객은 ‘은행을 못 믿겠다’는 거였죠. 그때 제가 가장 많이 썼던 단어가 ‘진심’과 ‘신뢰’였습니다.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면 신뢰가 돌아올 것이란 믿음으로 3년 넘게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조금씩 직원들도 제 자리를 찾았고, 고객들도 마음을 여신 것 같습니다.”

빈 행장은 1988년 입행해 비서팀, 경영혁신부, 인사부 등에서 근무하며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강인한 리더십으로 어려움을 겪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10년간 부산은행의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했다는 것에서, 저 스스로에게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부산은행의 53년 역사를 놓고 봤을 때 지금 순간을 현대사라고 한다면, 현대사를 이끌었다고 할까요? 특히 2016년 썸뱅크가 출범하며 은행의 디지털 분야에서 선발투수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너무 일만 생각했기에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많은 이들이 연임을 기대했기에 그가 갑자기 용퇴를 결정하자 각종 추측이 무성했다. 이에 대해 빈 행장은 오랫동안 생각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다른 이의 삶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인데, 그러면서 든 생각이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였어요. 은행장이 되었을 때 기쁜 마음도 컸지만 앞으로 언제,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 걱정되더군요. 사실 그동안 벌인 일을 잘 마무리해 후배에게 넘겨주고 싶은 마음에서 연임에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명예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후배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도 들고 여러 가지 생각 끝에 결심했습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새로운 은행원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은행원이 창구를 찾아오는 고객을 상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이제는 은행 창구가 사라졌을 때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기지요. 후배들도 이 부분을 고민하며 상품 개발과 마케팅 기획, 디지털화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고객의 컨설턴트로 역할을 확장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25일 직원들에게 ‘함께 길을 걸어준 여러분! 너무나 고마웠습니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 그는 담담히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 고문을 맡긴 했지만, 새로운 인생을 찾기 위해 1년간 편하게 보낼 생각입니다. 30여 년간 은행원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시야를 넓혀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겠지요. 지금보다 더 짜임새 있는 일정으로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