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도 17조1000억 원 늘어
- 양도·상속증여세 증가가 주요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호황 국면에서 약 33조 원의 세금을 더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거래·보유 세수가 유독 많이 증가했다. 집값 폭등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한 정부가 오히려 그 영향으로 세수 호황을 누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기획재정부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국세수입 실적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정부가 걷은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 ▷농어촌특별세 등 자산시장과 연동된 국세수입은 총 36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0조9000억 원)보다 15조8000억 원(75.6%) 급증한 액수다.

세수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양도세 수입액은 18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1조1000억 원)보다 7조2000억 원(64.9%) 늘었다. 자산세수 증가분(15조8000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세수가 양도세에서 나온 셈이다. 양도세는 부동산이나 주식(대주주) 등 자산의 소유권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올해 상반기 양도세수가 급증한 것은 양도차익 규모의 확대, 즉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여파로 해석된다.

이 밖에 ▷상속증여세(+4조3000억 원) ▷증권거래세(+2조2000억 원) ▷농어촌특별세수(+2조1000억 원)도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해 정부는 양도세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 농어촌특별세 종합부동산세로 총 52조6000억 원을 걷은 바 있다. 이는 2019년(35조5000억 원)보다 17조1000억 원 증가한 액수다. 이 증가액을 올해 더 걷은 세금(15조8000억 원)과 합치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산시장에서 총 32조9000억 원의 세수를 더 걷은 셈이 된다. 올해 연말에 걷히는 종부세까지 감안하면 자산세수 증가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 정책이 만든 자산 거품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의도치 않은 세수 호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