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실적 2810억 미달 우려도

부산 수산업계가 고등어 풍년을 맞았지만 공동어시장 위판 실적은 올초 전망한 3000억 원은 고사하고 지난해 실적을 채우기에도 비상이 걸렸다. 위판 인력이 반감해 선별 작업이 늦어지면서(국제신문 지난달 7일 자 5면 보도) 선도 하락에 따른 단가 급감으로 국내 고등어 위판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공동어시장의 위판액이 줄어들었다.

부산공동어시장 위판 모습. 국제신문 DB

11일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고등어 최대 성어기가 시작된 지난달 위판액은 327억4492만 원으로 전년 동기 411억6947만 원보다 20%나 급감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고등어 단가 급락이다. 지난해 10월 ㎏ 당 단가가 상급·하급이 각각 7054원, 3967원이었다면 올해는 6103원, 2690원으로 최대 1300원 가량 떨어졌다. 올해 고등어 물량의 82%를 차지하는 하급 가격이 이처럼 큰 폭으로 주저앉으면서 위판액이 급감했다. 천금석 대형선망조합장은 “고등어 씨알이 지난해보다 작아졌다. 중일 어선이 길목을 막아 예년에 회유하던 고등어가 회유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성어기가 시작되는 지난달 위판액이 크게 줄자 공동어시장은 2016년 이후 첫 위판액 3000억 원 돌파라는 연초 기대를 접어야 할 판이다. 올해 1~10월 총 위판액은 2257억2000만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2067억8700만 원 보다 9% 늘었지만, 고기가 많이 잡히기 시작하는 8~10월로 좁혀 보면 전년대비 10%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고등어 단가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3000억 원은 물론 지난해 위판액 2810억 원을 채우기도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등어 단가의 낙폭이 이처럼 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줄어든 고등어 크기에 더해 생선 위판작업을 하는 부산항운노조 어류지부 소속 ‘부녀반’ 인력 부족으로 하역 작업이 바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선도가 떨어진 것도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동조합 담당자는 “성어기를 맞아 가장 질 좋은 고등어를 배 안에서 1, 2일씩 묵히다 보니 제값을 받지 못했다. 부녀반 인력 부족 문제로 어업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년 9월 말부터 시작하는 고등어 성어기에 하루 평균 10만 상자 이상이 들어와 부녀반 인력 1200~1500명이 투입됐지만, 올해는 700명 정도다. 지난해 부산지방노동청이 항운노조의 국내근로자공급 사업권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할 수 있다 하더라도 밤샘 작업에 최저 임금 미달의 하루 노임으로는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게 항운노조의 입장이다. 공동어시장 관계자는 “국제수산물도매시장(부산 감천항)에서는 자동선별장치를 도입해 인력 수요를 대체하고 있지만 어시장은 설치 공간 계획 등 많은 부분을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도 상당한 위판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는 상황에서 하루 빨리 어시장 현대화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부산 수산업계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