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 정정화 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장. (출처 : 연합뉴스)

원자력발전소(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해당 원전 내에 임시로 보관하는 방안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정화 강원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30일 자신의 저서 ‘사용후핵연료 갈등: 불편한 진실과 해법’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정 교수는 2019년 5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에서 위원장으로 활동했지만, 지난해 6월 “산업부가 판을 잘못 짜 제대로 된 재공론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자진 사퇴한 바 있다. 해당 저서는 지난 25일 발간됐다.

정 교수는 “‘사용후핵연료를 당장 처리할 방도가 없으니 원전 부지 내에 임시로 저장하면서 덮어두자’는 것이 정부의 전략”이라며 “이는 ‘폭탄 돌리기’식 단기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 부지 내에 임시로 저장한 사용후핵연료를 언젠가 외부로 반출할 것이라는 ‘희망고문’만으로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을 추진 중인 여당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찾지 못하는 정부를 동시에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준위 특별법에는 원전 부지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만들어 사용후핵연료를 그 안에 보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정치권이 도입을 추진 중인 차세대 원전 ‘소형모듈원자료(SMR)’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가했다. 그는 “SMR에서도 사용후핵연료는 여전히 발생한다. 처분 시설을 마련하지 못하면 기존 원전과 동일한 전철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원전이 무섭다고 도망갈 게 아니라, 폐기물 보관 기술을 발전시키고 계속 개발해서 통제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친원전 기조를 또 드러냈다. 그는 “SMR 기술은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SMR의) 부정적인 것을 보고 ‘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