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가 고공행진과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수출이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우리나라의 하반기 경기 회복 속도도 함께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세계 경제, 퍼펙트 스톰 오는가? 글로벌 5대 리스크 요인의 향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5대 리스크로 ‘STORM’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딴 열쇳말 5개를 꼽았다. ‘S’는 Stagnation(침체)에서 따온 것으로, 미국과 유로존 등 선진국에서 이미 경기 하강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 중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진입한다는 의미다. ‘T’는 Trade War(교역 전쟁)을 의미한다. 미·중 갈등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과 교역이 단절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도 위협받을 수도 있다. ‘O’는 오일쇼크에서 따온 것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었던 고유가 현상이 향후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올해 말에서 내년 초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 고유가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R’은 러시아(Russia)와 우크라이나 간 교착을, ‘M’은 Monetary Policy(통화정책)을 뜻한다. 지난달 열린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강력한 긴축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최근 연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달러 초강세 현상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소비위축 등 불러일으키면서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콜롬비아·코스타리카·룩셈부르크·뉴질랜드 등 통계 미발표 국가를 제외한 3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인도네시아를 더한 35개 국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0.7%로 20위 수준이었다. 1분기의 18위(0.6%)에서 두 계산 떨어졌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9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우리나라 양대 수출 상대국인 미국, 중국 경제가 모두 2분기에 뒷걸음치면서 우리나라 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는 수출 감소에 따른 성장 둔화가 확대될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성장과 관련해 “상반기까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이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