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 속에 7월에 증가했던 거주자 외화예금이 8월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금 회수 영향 외에도 수입 기업들이 달러 가치가 더 오르기 전에 수입 대금 결제를 서두른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자료

20일 한국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882억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1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7월에는 거주자의 외화예금이 전월 대비 33억2000만 달러 증가했는데 한달 새 감소한 것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주체별로는 기업예금이 14억9000만 달러 줄어든 744억1000만 달러였으며, 개인예금은 6억2000만 달러 줄어든 138억6000만 달러였다. 통화 종류별로는 미국 달러화 예금(749억 달러)이 15억7000만 달러 감소했고 유로화(47억4000만 달러), 위안화(12억6000만 달러) 예금도 각각 4억6000만 달러, 4억 달러씩 줄었다. 주요 통화 가운데 엔화 예금(57억4000만 달러)만 2억6000만 달러 늘었다.

달러화 예금이 감소한 것은 외국인이 직접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일부 기업이 수입 결제대금도 인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달러 가치가 오르자 기업과 개인들이 달러화를 팔아치운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 예금의 경우 일부 증권사의 해외 파생거래 관련 증거금 납입과 현물환 매도 등으로 줄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편, 지난 7월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예상한 수출업체들이 달러 매도를 미루는 ‘래깅(Lagging)’ 현상과 함께 해외직접투자용 자금 예치 등의 영향으로 거주자 외화예금이 33억2000만 달러 증가한 903억8000만 달러로 집계된 바 있다. 통상 달러 가치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 정유·가스 등 기업은 달러를 미리 사들이는 ‘리딩(Leading)’을 하고,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기업은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쟁여두는 래깅에 나선다. 하지만 최근 수출입기업들의 ‘리딩 앤 래깅’ 전략이 환율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