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정책 제언을 통해 국가 간 AI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AI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대한상의가 6일 제안한 AI 333 전략 개념도.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의는 6일 ‘AI 생태계 구축 전략 제언’을 통해 AI의 3대 투입 요소(에너지·데이터·인재)를 충분히 공급해 AI의 3대 밸류체인(인프라·모델·AI 전환)에서의 가치 창출을 이뤄지도록 해 AI 3대 강국으로 올라서자는 내용의 ‘AI 333’ 전략을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건의서에서 우리나라가 반도체, 에너지, 모델 분야에서 자체 역량을 갖춘 만큼 잠재력이 크지만 AI 투자 규모는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아 자칫 AI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데이터분석 업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AI 민간 투자 규모는 미국의 4분의 1, 중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한상의는 AI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의 첫 번째 정책 과제로 AI 데이터센터(AIDC)를 꼽았다. ‘AI 컴퓨팅 액세스 펀드’를 조성해 AI 초기 수요를 높이고 AIDC 구축에 필요한 제반 행정절차 간소화하고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인허가 타임아웃제 도입’을 주문했다. 또한 AI 사업화 시설에 대한 세제인센티브를 제조 시설로 한정된 것을 컴퓨팅 인프라, 전력공급 설비 등 AIDC 관련 설비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건의서에서 해외 LLM(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인공지능 모델)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AI 종속국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면서 한국형 LLM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국내 각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와 기술력을 결집해 각자의 강·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협력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수요 창출을 위해 민원, 행정 등 생활 밀착형 공공서비스부터 시작해 고령화, 환경문제 등 사회 이슈로 한국형 LLM의 사용 케이스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건의서에서 제조업 분야에서 AI 성공 사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제조업 AI 확산의 걸림돌로 투자성과의 불확실성과 긴 투자회수 기간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고위험 투자의 부담을 경감시킬 인내 자본(단기적 수익 실현보다 장기간 투자 중심)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3월 반도체, AI 등 첨단 전략 산업에 장기 투자하는 50조 원 규모의 ‘첨단 전략산업 기금’을 발표한 바 있지만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답보 상태다.

한편 상의는 AI 생태계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데이터, 인재와 같은 투입 요소가 원활하게 공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서는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대한상의 설명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3년 약 400TWh에서 2030년 약 1065TWh로 약 세 배 증가할 전망이다. 2029년까지 국내에 새로 지어질 700여 개의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량은 1GW급 원전 53기의 생산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의는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별 AI 특구 내 에너지 규제 특례를 통해 자가 발전소의 전력 거래 제한 완화, 전력 계통 영향 평가 유예 또는 타임아웃제 등 전력공급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