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효된 미국의 대규모 감세법(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영향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전기자동차 판매액이 19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일 원-달러 환율 기준으로 환산하면 2조6476억5000만 원 규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0일 미국 트럼프 대규모 감세법의 자동차·배터리 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어 이같이 밝혔다. OBBBA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시행 중이던 다수의 청정에너지 지원 정책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쳤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는 오는 9월 30일 종료되고 미국 내 생산 요건만을 규정했던 배터리 생산 세액공제에는 신규 공급망 요건이 추가됐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세액공제가 전면 종료되면 미국 내 전기차 제조사(현대차 포함)의 판매량은 최대 37%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근거로 한경협은 OBBBA 발효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내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000대(매출 19억5508만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총 판매대수 약 12만대(매출 52억8400만 달러)에 판매 하락율 37%를 적용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전기차 시장 확대를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건설에 약 80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올해 1월부터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5개 차종(IONIQ5, IONIQ9, EV6, EV9, GV70)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며 투자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OBBBA 발효로 인한 투자 회수 리스크가 커진 상황을 맞았다.

또한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는 단순한 전기차 구매 촉진책이 아니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올해 기준 미국 또는 FTA 체결국 조달 비율 60% 이상), 배터리 부품 구성 비율 요건(북미산 비율 60% 이상), 공급망 요건(중국 등 우려국 정부가 합작투자의 25% 이상 지분 보유시 세액공제 제외)을 통해 공급망 재편을 유도하는 전략적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생산거점의 72% 이상을 완성차생산업체와의 합작 형태로 추진해 왔지만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종료로 수요가 위축되면 가동률이 낮아지고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경협은 50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 산업기금을 산업은행에 설치하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