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 국내 설비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나며 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업종이 호조세를 보인 데 따른 결과다. 다만 우리 정부가 최근 미국에 약속한 연 200억 달러(28조60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가 이 같은 설비투자 증가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2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2025년 9월 산업활동 동향’ 자료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산업 설비투자 지수(원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

이 증가율은 1~9월 기준으로 2021년(11.3%)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자동차와 반도체가 투자 증가세를 이끌었다. 자동차 설비투자(이하 지수 기준)는 지난해 1~9월보다 15.6% 늘었다. 이는 2000년(33.9%)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전기차 전환시설 확충과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투자가 늘어난 것이 전체 자동차 설비투자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도 같은 기간 15.7% 늘었다. 2021년(57.2%)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 조정과 인공지능(AI)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초호황기(슈퍼 사이클)에 들어서면서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 지표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올해 1~9월 평균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했다.

2023년 -1.3%, 지난해 -2.1% 등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하다가 올해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난 7월 시작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업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생산 불변지수는 1.6% 증가했다. 2023년(3.9%)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건설경기는 역대 최악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9월 건설기성(불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0% 감소했다. 이는 1~9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경제지표는 건설 분야를 빼고 대체로 개선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경제동향 브리핑에서 올해 연간 성장 전망을 기존 0.9%에서 1%대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대미 투자 패키지가 국내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 중 2000억 달러를 연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미국에 투자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