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 등 '나꼼수' 패널들도 잇단 피소
정치인과 사회를 향한 풍자가 잇따라 고소·고발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벼든다"는 반대 여론은 물론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사마귀유치원'에 대해 심의를 진행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사마귀유치원이 특정 정당을 비호하고 국회의원을 희화화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며 "다음 주 방송심의 소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 대상은 최근 강용석(무소속)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며 개그맨 최효종 씨를 고소한 지난 18일 방송분이다. 당시 최 씨는 이 코너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면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공천을 받아 여당 텃밭에서 출마하면 된다. 유세 때 평소 잘 안 가던 시장에서 할머니와 악수만 하면 된다"고 풍자했다.
인터넷 시사풍자 토크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나꼼수)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 씨가 나꼼수 패널인 시사주간지 주진우 기자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만 씨는 고소장에 "주 기자가 '박 전 대통령이 남겨놓은 재산이 너무 많다. 육영재단 영남대 정수장학회가 있는데 재산을 얼추 따져보면 한 10조가 넘어간다' 등의 허위사실을 말했다"고 썼다.
이에 앞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였던 나경원(한나라당) 국회의원 측은 나꼼수 패널인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등 7명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나 의원 측은 "나 후보가 1억 원짜리 피부숍에 다닌다"는 나꼼수 방송 내용 등을 문제 삼았다. 주 기자와 정 전 의원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당사자 명예훼손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그러나 '외압'이 거셀수록 풍자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23일 녹화에서 강 의원의 고소 건을 정면으로 다뤘다. 사마귀유치원에서는 "성희롱은 꼭 고소해야 한다"며 강 의원의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을 꼬집었다. 특히 최 씨는 "전 국민이 고소했다면 그만하겠지만, 한 개인이 고소했다. 계속할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통해 대통령의 숨겨진 일상을 그려냈던 장진 감독은 다음 달부터 케이블TV 생방송 코미디쇼 연출을 맡는다. 장 감독은 지난 24일 제작발표회에서 강 의원의 고소 건을 언급하며 "풍자를 하다가 영광스럽게 쫓겨나더라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최동섭 부산YMCA 시민사업국장은 "나꼼수나 정치풍자 코미디는 현재 우리 언론 환경이 자유롭지 못해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라며 "풍자는 풍자일 뿐인데 이를 통제하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고 불필요한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