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시도 반복땐 강도 세져"
- 비극 막을 사회적 관심 필요

부산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동반자살한 10대 소녀 3명(본지 31일 자 8면 보도)은 우울증을 앓아왔으며 2명은 과거에도 동반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서로 안 뒤 꾸준히 연락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밤 10시30분께 수영구 광안동 한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A(16·부산), B(17·대전), C(19·광주) 양이 뛰어내려 인근 5층 상가 옥상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이 아파트 CC(폐쇄회로)TV 확인 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사건현장에서 빈 소주병 3개가 발견된 점을 미뤄 술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이들이 소지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을 통해 어떤 경로로 이들이 만났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이 아파트 CCTV를 확인한 결과 이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7시40분께 아파트 1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찍혔다. A 양 등은 아파트 옥상 출입문이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을 알고 이곳에서 노숙을 했다. 이들을 발견한 아파트 관리인 김모(62) 씨는 집에 가라고 타일러 돌려보냈다. 하지만 이들은 오후 7시20분께 아파트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관리인마저 퇴근한 뒤라 아무도 이들의 자살계획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해 15층 옥상까지 걸어 올라갔다. 이것이 이들의 마지막 행적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평소 내성적인 성격의 A 양은 중학교 3학년때 중퇴했다. A 양은 곧 우울증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다. B 양은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으로 가정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재수생인 C 양은 3년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 앞서 A 양과 B 양은 지난 8월 말 부산역 근처 모텔에서 연탄불을 피워 동반자살을 시도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B 양과 C양은 지난달 27일 가족들이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

부산시자살예방센터 박춘민 정신보건전문요원은 "청소년 동반자살은 동질감과 연대감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반복적으로 자살시도를 하면 점점 치사율이 높은 방법을 선택하며 강도가 세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 등을 면밀히 따져 평소 주변의 유사 사례에 관심을 쏟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추가 비극을 막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에서 이 같은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은 10대는 2009년 1351명, 2010년 1412명, 2011년 1466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망원인 통계'에는 10대 자살률이 전년보다 6.8% 늘어나 37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평상시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거나 이별을 암시하는 말을 하는 자살위험증후를 주변사람들이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고 이러한 증후가 보이면 자살예방센터나 경찰에 곧바로 인계해야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