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의 용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던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사표를 내기로 결정해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가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대검 감찰본부가 뇌물수수 혐의로 특임검사의 수사를 받는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와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 특수부 검사들이 반발하고 나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퇴 배경

29일 오전 특수부 검사들이 몰려있는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에서는 한 총장의 사퇴를 일제히 거론하며 집단 항명에 들어갔다. 최 중수부장에 대한 공개감찰 착수와 검찰 개혁방안을 둘러싼 수뇌부 간 이견이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 검찰의 위기 속에 한 총장은 그렇지 않아도 퇴진론이 제기되는 등 입지가 흔들리던 중이었다. 채동욱 대검 차장 등 대검 검사장급 고위 간부 20여 명은 이날 오전 총장실에 올라가 사퇴를 건의했다. 사실상 '사퇴 요구'였다. 세에 밀리자 결국 한 총장은 30일 사표를 제출해 자신의 신임을 묻기로 결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국민의 걱정이 크니 장관을 중심으로 검찰 수뇌부의 내분 사태를 잘 수습하라"고 지시한 것도 한 총장의 사퇴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 수장으로서 쫓기듯 떠나기보다는 검찰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개혁안을 발표하고 퇴진 카드를 던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자공개…다시 불거진 반발

이날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최 중수부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김 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해 또다시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검 감찰본부에 따르면 최 중수부장은 김 검사가 대검의 감찰을 받던 지난 8~9일 10회에 걸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언론대응 방안 등을 조언했다. 김 검사는 최 중수부장에게 "유진에서 돈 빌려준 거 확인해 줬는데, 계속 부인만 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최 중수부장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사실과 다르다, 이렇게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감찰본부는 "감찰 기간에 감찰 대상자와 언론대응 방안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도록 조언하는 등 품위를 손상한 비위가 있고 이 사실이 감찰 발표 전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검찰 위상 및 신뢰 손상이 매우 심할 것을 우려해 감찰 착수와 동시에 공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수부와 특수부 검사들은 "감찰 조사 내용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감찰규정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대검의 한 검사는 "전날 법무부에서 내려보낸 직무명령서에도 감찰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법무부의 지시를 어기면서까지 한 총장이 감찰조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