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승객탈출 지시 받고도

- 대피방송 없이 우왕좌왕

세월호와 전남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의 사고 당일 교신 기록이 공개됐다. 첫 교신 때부터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었음에도 선장 등 책임자들은 31분간 탈출 지시조차 없이 늑장 대처하다 피해를 키운 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진도VTS가 해경 구난 지시를 받고 세월호와 교신했다고 20일 밝혔다. VTS는 항만과 출·입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을 관찰하고 교신해 해상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진도VTS와 세월호의 최초 교신은 지난 16일 오전 9시6분부터 31분간 총 11차례 이뤄졌다. 첫 교신에서 진도VTS가 "귀선 침몰 중입니까"라고 묻자 세월호는 "예, 그렇습니다. 해경 빨리 좀 부탁합니다"라고 답했다. 진도VTS는 인근 선박에 구조 협조 요청을 한 뒤 세월호와 9시10분께 다시 교신했다. 이후 세 차례 교신에서 승객 탈출 가능하냐는 질문이 이어졌으나, 세월호는 배가 기울어 탈출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오전 9시23분, 진도VTS는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착용토록 방송하라고 세월호에 지시했지만, 세월호는 방송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진도VTS는 선원들이 직접 나서 승객에게 구명동의를 착용시키거나 옷을 두껍게 입히라고 지시했다. 1분 뒤 다급하게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라고 말했으나 세월호는 "탈출하면 구조가 가능하냐"는 말만 되풀이한 채 승객 탈출 지시를 하지 않았다. 결국, 진도VTS는 "선장이 직접 판단해 승객 탈출 시킬지 빨리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명확한 답이 없던 세월호는 31분이나 지나서야 "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며 답답한 태도를 보였다.